“야마하골프의 클럽은 나이와 파워·기술로 타깃 층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고객층을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골프를 대하는 자세입니다.”
지난 11일 야마하골프 신제품 클럽인 2018년형 RMX(리믹스)의 발표회가 열린 일본 도쿄 긴자의 야마하빌딩. 이곳에서 만난 요시다 노부키 골프사업부장은 젊은 골퍼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연령대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계열사 사장 정도 직급인 그는 “골프에 관한 사고방식을 기준으로 이름을 붙여 ‘프로그레시브 골퍼’에게는 RMX 라인을, ‘스마트 골퍼’에게는 인프레스 라인을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실력 향상에 욕심이 있고 항상 발전을 지향하는 골퍼가 있는가 하면 기량 향상에 많은 시간을 들이기 힘들고 클럽의 세세한 기능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래도 잘 치고 싶은 골퍼가 있다는 것이다. 야마하골프는 전자를 프로그레시브 골퍼, 후자를 스마트 골퍼로 나눈다. 그동안 주로 시니어들이 찾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야마하골프는 젊은 층에 무게를 두는 마케팅을 펼치기보다 새로운 개념의 타깃 층 구분으로 시장 전체를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동석한 이동헌 오리엔트골프(야마하골프 한국 공식 수입사) 부사장은 “이런 전략 때문인지 RMX를 찾는 시니어 골퍼나 초급자도 많고 인프레스를 구매하는 젊은 골퍼나 중·상급자도 많다”고 덧붙였다.
야마하골프의 ‘연령 파괴’는 제품 구성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은퇴를 앞둔 임원에게는 다른 부서의 사원으로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신청자가 꽤 많다고 한다. 악기 부문과 골프 부문의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양 부문의 디자인 연구실을 공유하는 등 사업 부문 간 칸막이도 낮다. 이 부사장은 “야마하골프는 고객을 악기 연주자라는 의미의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골프와 음악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행복감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골프채와 악기의 역할은 결국 같다는 게 야마하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1982년 세계 최초의 카본클럽 헤드를 내놓으며 골프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야마하골프는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두 클럽 더 나가는’ 인프레스 UD+2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일본과 국내에서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다. 260만원대의 고가임에도 일본 내 아이언 판매 1위를 찍었고 입소문을 탄 국내에서도 수입해오는 족족 팔려나가고 있다. 골프는 야마하의 주력 사업인 악기에 비해 존재감이 미미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일본 내 전체 클럽 매출 2위(1위는 던롭)를 찍으며 어깨를 펴고 있다. 악기 부문 행사를 주로 열어오던 야마하빌딩의 콘서트홀을 이번 골프 부문 신제품 발표회에 내준 것도 상징적인 사건으로 통한다.
야마하골프는 일본 기업이지만 한국 내 매출이 일본 내 매출액과 맞먹거나 종종 뛰어넘을 정도로 한국 시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한국인 전용으로 만든 클럽이 Z 시리즈와 C’s(씨에스) 시리즈 등 여럿이며 이번 신제품도 개발 단계부터 한국 수입사의 의견을 물어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RMX 118·218 드라이버는 페이스의 스위트스폿(유효타구점)을 이전 모델에 비해 토(바깥) 쪽으로 7㎜ 옮겨 더 큰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게 제작했다. 그 결과 거리가 5야드 이상 늘었고 똑바로 날아갈 확률도 25% 증가했다는 설명. 이들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 2018년형 RMX는 오는 11월 국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도쿄=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