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이 홍콩H지수(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앞으로 H지수가 6.3%가량만 상승하면 2년여 동안 시달리던 H지수 쇼크에서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당시 홍콩H지수가 반토막 나며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ELS 역시 대규모 원금 손실을 보는 바람에 증권사 역시 큰 손해를 보고 재테크 효자상품으로 꼽히던 ELS는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후 H지수는 반등에 성공해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올해 들어 1만1,100선을 넘어섰고 홍콩H지수 ELS도 함께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과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잔액으로 남아 있는 홍콩H지수 ELS 발행금액은 20조8,163억원이다. 이 중 5조원가량이 H지수가 1만4,500가량의 고점에서 발행됐다. 전체 H지수 ELS의 25%가량이 여전히 손실구간에 있는 셈이다. 하지만 ELS 조기상환이 발행 지수의 85% 수준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H지수가 1만1,900선에까지 도달할 경우 이들 잔여 물량도 상환이 가능해진다.
ELS는 가입 기간 중 편입된 기초자산의 지수가 급락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고 해도 만기 시점에 지수가 회복되면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 이날 H지수는 전날보다 0.77% 하락해 11,101.14을 기록했다. H지수가 6.3%만 상승하면 원금은 물론 수익까지 챙기는 투자자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H지수의 생환으로 ELS 발행량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달 ELS 발행규모는 5조5,053억원으로 전월 대비 9,196억원이 증가했다. 이중호 KB증권 델타원파생팀장은 “1만4,500 이상에서 발행된 ELS 비중 역시 1조3,245억원으로 전체의 6.36%에 불과하다”며 “그 이하에서 발행된 ELS는 1만1,900에 도달하면 대부분 조기상환에 성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팀장은 “H지수의 녹인(원금손실구간) 이슈는 ‘이미 극복된 과거’가 되는 것”이라며 “H지수 자체의 문제보다 특정 기초자산의 쏠림현상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H지수는 지수 자체의 흠결보다 쏠림현상이 문제였다. 2007년 하반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H지수는 2011년 본격적으로 ELS 기초자산으로 편입되며 2014년 하반기에 5조원 이상 발행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8조원을 넘어서며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상태에서 H지수가 급락하자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이 팀장은 “최근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를 비롯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Low Target Index 등의 발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해외지수를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상품의 업그레이드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