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고용 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꼈습니다. 이틀에 하루 꼴로 비가 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취업자수 증가 폭이 21만2,000명으로 8월 기준 4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서죠.
지난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첫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일자리 창출에 힘써왔습니다. 말 그대로 ‘일자리 정부’인 셈인데, 지난 8월 고용 성적표는 참담 그 자체입니다.
일자리 축소의 책임을 온전히 현 정권에 물을 수만은 없습니다. 아무리 ‘일자리 정부’라도 몇 달 만에 뚝딱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죠. 그래서 이럴 때는 솔직하게 ‘지금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앞으로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비롯해 새 정부 대책이 가시화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양해를 구하는 게 가장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정부는 정공법을 피했습니다. 그것도 일자리 감소의 원인을 애꿎은 날씨 탓으로 돌리면서 말이죠.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지난 달 일자리 증감폭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로 비를 꼽았습니다. 지난달 비가 온 날이 15.2일로 작년의 2배 수준이고, 강수량은 241㎜로 3배 이상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일용직 고용 기회가 대폭 줄었고, 전체 취업자수 증감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그런데, 전체 일자리 가운데 건설 관련은 일부입니다. 이미 다른 산업의 일자리는 내리막길을 걷거나 상당한 위험(리스크)를 안고 있었죠.
우선 청년 실업률(9.4%)은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또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는 8월에 4만명이 줄었습니다. 비로 원인을 돌린 건설업 조차 3~5월 줄곧 16만명을 유지하다 6월 14만9,000명, 7월 10만1,000명으로 확연한 내림세를 나타냈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 폭 둔화의 원인을 날씨에서만 찾을 수 없는 이유 들이죠. 김지운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2015년 착공물량이 올해 초부터 준공돼 점점 일하는 사람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한두 달 추이를 더 봐야겠지만 건설업은 내림세에 접어든 것으로 의심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지난달 초 부동산 규제 강화 대책을 내놓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짜며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액을 20%나 삭감했습니다. 건설분야 일자리가 줄어들 일만 남은 셈이죠.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향후 고용이 개선될 모멘텀이 없어 하반기 내내 좋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금까지 일자리 부진의 원인을 비 탓으로 돌린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면, 이제는 정책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청년실업률입니다. 지난달 9.4%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고 있던 1999년(10.7%) 이후 가장 높았습니다. 이렇게 청년실업률이 치솟은 이유 중 하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서입니다. 지난달 취업준비생은 69만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9,000명(9.3%) 급증했습니다. 하반기 채용시즌을 앞둔 원인도 있지만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외친 점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청년들이 대거 업무여건이 좋은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무원이 되고자 당장 취업보다는 고시촌에서 시험공부에 열중한다는 것이죠. 정성미 한국노동연구원 전문위원은 “정부가 공무원을 늘린다는 신호가 실업률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채용 시즌이 끝나면 실업률은) 차차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일자리정부’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내수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관광객이 줄어든데다 여전히 내수 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 증거가 앞서 말한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자 감소입니다. 이렇게 내수시장이 안좋으면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실업률은 더 뛰어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기업주 입장에서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많은 상황인데, 대규모 실업을 막으려면 내수시장 활성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로 보입니다.
너무 정부에 싫은 소리만 늘어놓았나요. 물론 지난달 일자리 통계에서 반가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로 꼽히는 상용직 일자리가 40만명대를 넘어선 것이죠.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기에는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이 너무 급박합니다. 새 정부가 슬기롭게 일자리문제를 잘 해결해서 아무리 비가 와도 굳건한 나라를 만들어주기를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