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 혐의로 기소된 방송인 이창명(47) 씨의 항소심 선고가 연기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심규홍 부장판사)는 21일 열린 이 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적용한 위드마크공식에 의문점이 있어 이를 해소한 뒤 선고하겠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화요 6병을 마셨는데 한 병을 마실 때마다 알코올 분해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위드마크공식에서 어떻게 계산되는지 의문점이 있다”면서 “검찰은 의견서를 제출하거나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말했다.
위드마크공식은 마신 술의 양, 알코올 도수, 알코올 비중, 체내 흡수율을 곱한 값을 남녀 성별에 따른 위드마크 계수와 체중을 곱한 값으로 나눠 특정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 추정치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20일 오후 11시 20분께 술을 마시고 포르셰 승용차를 몰고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 삼거리 교차로를 지나다 교통신호기를 들이받고, 차량을 버린 채 도주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씨는 사고를 낸 지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해 “술을 못 마신다”면서 음주 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씨가 늦게 출석한 탓에 음주 측정과 채혈을 했지만,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그가 마셨다고 추정되는 술의 양 등을 종합해 위드마크공식을 적용, 사고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운전면허 취소 수준(0.100% 이상)인 0.148%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도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이 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원심은 음주 운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사고 후 미조치·의무보험 미가입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원심은 “이 사건 기소는 (이 씨와) 동석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양의 술을 마셨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데 이런 막연한 추정으로는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이 씨는 공판이 끝난 뒤 “예상치 못한 연기 처리로 당황스럽고 괴롭다”면서 “1년 6개월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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