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 소재 A기업의 김모 대표는 대기업 1차 벤더 B사에 납품이 확정됐을 때만 해도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납품대금이 밀릴 염려도 적었고 결제 조건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3개월짜리 어음으로 결제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신용보증기금의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했다. 거래를 시작하고 5개월 뒤 B기업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면서 12억원의 어음은 휴지 조각이 됐다. 다행히 김 대표는 매출채권보험을 통해 부도어음 중 9억원을 보상받아 자금난 없이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납부한 보험료 1,300만원 대비 약 75배의 보상 효과를 본 것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 협력사라는 점만 믿고 매출채권보험 없이 거래했다면 지금쯤 회사는 문을 닫고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고 경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신보 매출채권보험이 올해로 제도 시행 20주년을 맞으면서 든든한 중기 경영 안전망으로 자리를 잡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매출채권보험 누적 인수금액은 110조원을 돌파했고 그동안 21만5,864개 기업이 약 7,000억원의 보험금 지급 혜택을 받아 도산의 위기를 벗어났다.
매출채권보험은 신보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위탁을 받아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공적보장제도다. 신보는 보험에 가입한 중소기업이 거래처에 외상판매한 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떠안게 되는 손실금에 대해 최대 80%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중소기업은 거래처가 부도나도 신보에서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쇄 부도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는 곧 중기 일자리를 유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신보는 793개 업체에 732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했고 보험금을 받은 기업이 계속해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유지한 일자리는 총 1만710개다. 이들 기업이 기록한 매출액도 8조6,000억원에 달한다.
신보는 올해 일자리 추경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1,200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매출채권보험 인수 총액을 19조5,000억원으로 1조5,000억원 증액함으로써 약 4,000명의 추가 일자리 유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신보는 주력 보험상품인 매출채권보험 외에도 기업의 약속어음 사용을 대체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황록 신보 이사장은 “매출채권보험은 상거래 위험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해주는 유일한 공적보험제도로 지난 20년간 거래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앞으로 단순한 보험상품이 아닌 중소기업의 거래 위험을 통합 관리하는 매출채권 관련 종합 서비스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