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배분이 강조되며 해외 투자는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부동산까지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지 정보 접근성이 낮고 일반투자자의 경우 상품 변별력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초저금리 상황에서 해외 투자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굳어져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고 해외 주식형 펀드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소액으로도 브라질 국채 등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처럼 뜨거워지는 해외 투자의 배경을 짚어보고 해외 투자 시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개별자산의 가치상승 요인과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 “상점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1990년대 초반 지방 도시들은 대도시 은퇴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명목으로 자신들의 도시에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장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졌다. (중략) 19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의 모든 경제지표는 장기 침체하고 있다. 경제성장률뿐 아니라 소비·투자·저축 등 경제의 모든 분야가 침체했다. 초저금리가 계속되지만 일본인들은 돈을 빌려가기는커녕 대출금을 갚는다. 경제성장률·물가·투자·금리가 모두 역사상 최저 수준에 머무는 ‘신4저 시대’다.”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의 ‘세계가 일본 된다’ 중)
옛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인 홍성국 전 사장이 지난 2014년 내놓은 ‘세계가 일본 된다’의 첫 장은 일본 경제와 사회를 암울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일본이 변했다. 쉽사리 불황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일본 경제가 올 들어 몰라보게 달라졌다. 일본 증시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2만포인트를 넘어 최고 수준을 연일 갈아치우고 실물경제 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도시개선 사업에 박차를 가하자 수년간 움직이지 않았던 부동산 가치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본 경제의 회복에 발맞춰 일본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경신하자 국내 투자자들도 일본 경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환매가 끊이지 않던 일본 펀드에 다시 자금이 흘러들어오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도쿄의 오피스를 자산으로 한 공모펀드가 처음 등장하자마자 시장에서 완판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 일본 경제 자문을 맡고 있는 이형기 박사는 “일본이 돌아왔다”며 “목표 물가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은행(BOJ)이 상장지수펀드(ETF)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어 주가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자산운용업을 강조해 펀드의 힘이 생겨 스튜어드십이 적용될 수 있었다”며 “이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해 실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일본 기업 탐방을 마친 정희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을 중심으로 전방시장 호황의 낙수효과 강도가 예년과 다르게 강하다”며 “성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의 활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4분기까지 일본 경제 성장은 6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지속 중이다.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각각 0.9%, 2.4% 성장하며 경제 성장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 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였던 내수 침체를 벗어나는 모습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 기준 일본 기업의 매출액 및 경상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7%와 9.9%가 증가해 각각 1,456조엔과 75조엔을 기록했다. 3년 내 최고 수준이다.
일본 내수 경기가 살아나며 국내에 설정된 일본 주식형 펀드 중에서도 중소형주 펀드가 날개를 달았다. 운용 규모 100억원 이상 일본 펀드 가운데 삼성일본중소형FOCUS[자]H(주식)-A와 미래에셋다이와일본밸류중소형[자]1(H)(주식)C-A의 연초 후 수익률은 각각 33.24%, 30.24%로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중소형주의 높은 수익률은 신유통 업체가 대거 포진한 일본 내수주의 수익성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들어 저성장 기조로 접어든 일본의 소매시장은 상당히 힘든 시기였지만 신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혁신과 상품력 강화로 성장성을 되찾았다”고 평가했다. 중소형주 중심으로 수익률이 개선되며 2013년 이후 환매에 시달렸던 일본 펀드에 올해 8월부터 자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했다. 8월 순자산 기준 75억원이 유입된 데 이어 지난달에도 163억원이 추가로 들어왔다. 17일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68개의 일본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16일 기준)은 27.67%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2.82%였다. 올해 들어 높은 수익률로 주목받은 중국(27.07%), 러시아(23.23%), 베트남(10.89%) 등보다도 높았다. 일본 주식 직구 투자자도 급증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0월 현재 일본의 해외 주식 결제금액은 9억8,300만달러를 기록 중이다. 2015년 최고 금액인 7억4,600만달러를 넘어선 지 오래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주인공이던 부동산도 투자 대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주요 도시 업무지구의 오피스빌딩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올 8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본 부동산 펀드를 공모 형태로 출시해 완판한 것도 일본 경기가 살아나며 일본을 바라보는 투자자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동안 국내 운용사를 비롯해 증권사는 일본 부동산 투자상품 개발을 꺼려왔다. 일본이 장기간 경기 침체를 겪어온데다 부동산 ‘버블’의 대명사 격인 일본 부동산을 상품화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컸다. 일부 기관투자가 대상의 사모펀드를 내놓기는 했지만 공모 형태로 일본 부동산 펀드를 내놓기는 만만치 않았다. 사정은 2년여 남은 도쿄올림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 박사는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도심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관 협력 펀드들을 조성해 일반투자자의 참여를 독려한다는 점에서 국내 투자자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일본 부동산시장의 네트워크를 찾는 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내 자산시장에서 소외 받아 온 일본 부동산까지도 투자 열기가 점차 뜨거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