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공공기관 채용비리의 전수조사까지 주문한 것은 청년들의 취업 의지를 꺾는 등 공분을 사고 있는 사안은 분명하게 바로잡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감사원 조사가 나오는 등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몇몇 사람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기관 전반에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사안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23일 “최근 일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채용비리를 보면 어쩌다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일상화된 비리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라며 “특히 사회 유력인사들의 청탁에 의해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의 만연한 반칙과 특권의 상징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장 공정해야 할 공공기관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무너뜨려온 셈으로서 국민들에게 아주 큰 실망감을 주고 또 청년들에게 깊은 좌절과 배신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은 분야를 막론해 광범위하다. 강원랜드는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518명을 채용하며 합격자의 95%인 493명을 청탁 대상자로 처음부터 ‘별도 관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이후 내부 감사에서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지만 전직 사장 등이 불구속 기소되는 정도에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채용규칙을 바꿔가면서까지 특정 인물의 합격을 유도했고 광물자원공사도 2012년 신입사원 채용에서 점수를 조작하고 모집정원을 증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외에 석탄공사는 2014년 당시 권혁수 사장의 조카를 청년인턴으로 채용하고 이후 부당하게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는 20일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려는 목적도 숨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공론화위가 중장기적인 에너지 정책 전환에는 동의했지만 공약집에 명시한 신고리 건설 중단이 국민의 뜻에 의해 부결되는 타격을 입었다. 청년을 중심으로 모두가 공분하는 사안인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이슈화함으로써 정치적 타격을 털고 넘어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공공기관 개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목적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청탁자와 채용비리를 저지른 공공기관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민형사 책임과 민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요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정 칼바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청탁자 합격 취소 소급적용 의지도 밝히면서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의 경우 의혹을 받는 사람만 수백명이다. 이들의 합격을 취소할 경우 법정 소송 등 갈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