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기능성을 과시하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디자인 개발에 중점을 뒀습니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로봇이 친근한 느낌으로 사람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는지가 로봇 산업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김성민 LG전자(066570) H&A디자인연구소 책임연구원)
최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만난 LG전자 로봇 개발 담당들은 ‘디자인 경쟁력’을 강조했다. 로봇은 첨단기술 집합체인 만큼 기술력 설명에 열을 올릴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김 책임연구원은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사례처럼 인공지능(AI)에 대한 두려움도 커진 게 사실”이라며 “로봇이 기계가 아니라 친구나 생명체처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LG 로봇 개발의 원칙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부터 인천공항에 투입된 LG 청소로봇은 ‘눈사람’ 같은 디자인이 특징이다. 하얗고 둥글둥글한 겉모습과 초등학생만 한 크기로 귀여움을 선사, 공항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뷰 도중에도 수시로 방문객들이 청소로봇을 만지거나 사진을 찍었다. 손병곤 어플라이언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닥 청소에 필요한 브러시는 크기를 최적화했다”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로봇 아래쪽에 별도의 브러시를 더해 청소 기능도 훌륭하다”고 설명했다.
LG 청소로봇은 8월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미국 IDEA 은상을 받았다. 뛰어난 디자인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활용되는 청소로봇을 선보였다는 ‘혁신성’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항 등에서 안내로봇이 등장한 적은 많지만 청소로봇은 드물다.
공공장소 로봇의 핵심인 ‘안전성’을 위해 LG의 최고 전문가들이 뭉쳤다. LG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 H&A스마트솔루션 부문, 어플라이언스연구소, 제어연구소 등이 협업했고 충돌 및 추락 방지를 위해 탐지 기능 등을 갖춘 레이저, 카메라 등 20여개 이상 장착됐다. 손 선임연구원은 “배치 후 하루 정도면 청소로봇이 공항 지도를 다 숙지해 고정 장애물을 인식한다”며 “돌발 장애물 역시 높이별 감지 센서 등으로 미리 알아채고 멈추거나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활약 중인 LG 로봇은 LG 로봇 사업의 또 다른 시발점이다. 가정용 로봇청소기가 아닌 상업용 로봇 시장 개척을 위한 시범 사업이기 때문이다. LG는 9월 인천공항공사가 발주한 국내 첫 지능형 로봇 사업을 수주했다. 향후 청소·안내 로봇뿐만 아니라 LG의 출국장 로봇, 입국장 로봇 등이 인천공항에 등장하게 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공항·호텔·빌딩 등 LG 로봇이 진출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면서 “내년 잔디깎이 로봇을 미국·유럽 위주로 출시하는 등 로봇 사업의 영역을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