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역외재간접펀드, 소규모펀드 정리대상서 제외

금융위 모범규준 개정



금융당국이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역외재간접펀드를 소규모 펀드 정리 대상에서 제외했다. 구조상 해외 모(母) 펀드에 간접투자하는 자(子) 펀드인데도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운용을 막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을 반영해서다. 하지만 이미 일부 외국계 운용사들이 실적 부진을 못 이겨 영업을 포기했고 공모펀드 시장의 불황까지 겹쳐 효과가 클지는 미지수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모범규준을 개정해 역외재간접펀드를 소규모 펀드 정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소규모 펀드란 설정 후 1년이 지났는데도 순자산액이 50억원 미만인 펀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2월부터 각 운용사의 공모 추가형 펀드 대비 소규모 펀드의 비중이 5%를 넘거나 개수가 3개 이상이면 해당 펀드들을 청산하도록 하고 신규 펀드 설정을 제한하는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운용사들이 유행을 따라 펀드를 양산하면서 소규모 펀드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외국계 운용사는 당국의 소규모 펀드 정리 규정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며 투자자 보호라는 소규모 펀드 정리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불만이 컸다. 해외에서 본사가 운용하는 모 펀드가 조 단위 규모라도 국내 역외재간접펀드의 규모가 50억원이 안 되면 무조건 정리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형평성’을 이유로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에 태도를 바꿨다. 지난달 외국계 운용사 대표들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적극적으로 역외재간접펀드 예외 허용을 건의해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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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외국계 운용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상당수가 해외 주식형 공모펀드 상품 역외재간접펀드나 국내 금융지주사와 제휴해 계열 운용사 펀드 등을 판매하는 단조로운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금융위 측은 “역외재간접펀드 예외 허용으로 총 9개 외국계 운용사의 소규모 펀드 14개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치가 최근 늘어난 외국계 운용사의 국내 시장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피델리티와 JP모간 등의 외국계 운용사가 수탁액 감소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올해 잇따라 국내 펀드 영업을 접었고 국내 금융사와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거나 이미 사모펀드에 넘어가기도 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 역시 계속 위축되고 있어 (외국계 운용사에)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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