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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아기와 나’ 이이경, “배려의 아이콘? 아직 거절의 기술 배우지 못해서”

이이경과 5분만 이야기하고 나면 엔도르핀이 솟는다. 취재진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것은 물론이고, 어떤 질문이든 진지하면서도 한번 비틀어 재미있는 답변을 들려준다. 이 배우의 매력은 대단했다.

최근 종영한 웃음과 감동이 반반 섞인 ‘짬짜면 드라마’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KBS2 금토드라마 ‘고백부부’의 고독재는 단연 화제였다. 23일 개봉한 영화 ‘아기와 나’에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선 결혼을 앞두고 ‘갓’제대 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속도위반으로 낳은 아기와 평범한 일상을 꿈꾸는 주인공 ‘도일’역으로 나선다. 드라마 속 모습과는 정 반대의 모습으로 스크린을 찾은 이이경을 만났다.




배우 이이경 /사진=KAFA/ CGV아트하우스배우 이이경 /사진=KAFA/ CGV아트하우스


‘도일’은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이다. 아기만 남겨둔 채 사라진 여자친구 순영(정연주 분)을 찾는 도일의 성장기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진짜 어른이 돼가는 청년 도일은 이이경의 온기를 입고 입체감 있게 태어났다.

실제 도일의 캐릭터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황하던 청춘 이이경의 모습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조금은 거칠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는 도일은 배우 이이경을 통해 살아있는, 실제 내 옆의 동생, 친구, 형 같은 모습으로 탄생되었다.

“모든 배우가 욕심낼 만한 작품과 캐릭터였다. 모든 극을 혼자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 연극에서 느낄법한 경험이다. 처음부터 마지막 까지 이끌어간다는 게 부담이긴 했지만 그 만큼 욕심 났다. 게다가 손태겸 감독님이 나를 염두하고 쓴 작품이라고 하니 선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행운이었다. ”

손태겸 감독은 배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감독이다. 이이경은 감독의 장점으로 ‘잘 들어주시는 분’이란 점을 꼽았다. 그래서 더더욱 손감독과 의견을 나누며 ‘도일’의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감독님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아이디어도 많이 냈다. 토하는 장면이랑 맨발로 뛰는 장면은 세세하게 의견을 나눴다. 감독님은 뛰는 장면에서 위험하니 신발을 신으라고 했지만 ‘도일이라면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하다 보니 버선발로 뛰는 장면도 탄생하게 됐다.”

추가로 그는 감독님 집에서 도일이 집 내부 촬영을 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누구보다 감독님이 잘 돼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화 ‘아기와 나’ 포스터 /사진=KAFA/ CGV아트하우스영화 ‘아기와 나’ 포스터 /사진=KAFA/ CGV아트하우스




배우 이이경과 감독 손태겸배우 이이경과 감독 손태겸


손태겸 감독은 영화 속 도일의 사라진 여자친구와 남겨진 아기의 설정은 실제 이야기임을 밝힌 바 있다. 영화 ‘아기와 나’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영화와는 다른 엔딩을 맞이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도일의 선택이 더욱 궁금해졌다.


“보통의 남자라면, 여자친구를 찾다가 빨리 포기하거나. 현실을 체념하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우리 영화는 도일의 모든 감정이 집약적으로 표현이 되어야 한다. 연기한다는 걸 보여주기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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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일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처음에 아들 예준이를 대할 땐 내 아들인지 조카인지 모르는 그런 기분이었다. 소아과 장면이 특히 그렇다. 즉 무늬만 아빠였다면, 여자친구가 떠나가고 본인 아이가 아닌 걸 알았음에도, 예준이에 대한 마음을 더 강하게 느낀다. 어렴풋이 습득해나가면서 점차 성장하는 인물이 ‘도일’이라고 봤다.”

실제 아기와 촬영했던 현장은 사건 사고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아기가 울면 촬영이 중단되니 아기에게 포커스를 맞춘 채 촬영을 이어간 것. 이이경은 “예준이 때문에 영화가 완성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실제 아버지의 마음에 빙의되서일까. 마지막 촬영을 하던 중 ‘엄마’라고 갓 돌지난 예준이가 말을 한 걸 들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찾던 순영이를 뒤돌아보는 장면인데 예준이가 ‘엄마’라고 했다. ‘어어’ ‘어머’ 라고 그냥 나온 말일 수도 있는데 나에겐 ‘엄마’라고 들렸다. 그래서 예준이의 그 소리를 듣고 뒤돌아봤다”

배우 이이경배우 이이경


1989년생 배우 이이경은 서울예술대학 연기과를 나와 2012년 퀴어영화 ‘백야’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학교 2013’ ‘나인’ ‘별에서 온 그대’ ‘트로트의 연인’ ‘초인시대’‘태양의 후예’ ‘고백부부’ 영화 ‘일대일’ ‘커튼콜’ ‘괴물들’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2015년은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영화 2편 ‘아기와 나’, ‘커튼콜’(감독 류훈)을 찍은 것은 물론이고,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하면서 예능 ‘진짜 사나이’까지 소화했다. 그야말로 강철 체력인 걸로 볼 수 있으나 그는 “아직 거절의 기술을 배우지 못해서 그렇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보였다.

“직업상 일이 들어올 땐 많이 오는데 아닐 땐 통으로 쉬게 될 때가 있어요. 몸이 한 개인데 어떻게 해요. 작은 역할이든 큰 역할이든 작품을 하면 감사하다. 아직은 재미있을 나이인데 나중에 못 할 거 뻔한데도 하겠다고는 하지 않는다. 물론 거절하면 몇 배 이상의 욕이 돌아온다는 것도 안다. 아직 거절의 기술은 못 배웠지만 그 안에서도 정에 이끌리는 것도 있다. 작품 자체의 화제성 혹은 캐릭터 비중이 크냐 작냐의 유무보다 이전에 작업했던 분들의 콜에 먼저 응답하는 편이니까.”

이이경은 ‘아기와 나’ 현장에서 ‘배려의 아이콘’ 으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묻자. 이이경은 쑥스러워하면서 “제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 하며 웃더니 “그런 건 머리말로 써주세요. 하하하”라며 위트 있는 반응을 보였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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