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남’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정해인이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를 통해 상남자로 변신했다. 무엇보다 그는 촬영 전부터 액션 스쿨에서 몽둥이, 활, 검 등 다양한 무기들을 섭렵하고 익혀 장면의 90% 이상을 대역 없이 직접 촬영하며 데뷔 이래 가장 리얼한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23일 개봉한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는 조선 후기에 일어났던 이인좌의 난을 소재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사이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 김호와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대결을 그린 무협 액션물이다.
정해인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스타와 만나 “1년차 신인 배우일 때 찍었던 작품이다. 특히 감독님이나 스태프 및 배우들 모두가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분들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역모’는 2년 반 전에 촬영한 작품이다. 와이어 없이 모든 액션을 제가 다 소화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현장에서 목, 손등에 상처가 생기기도 했고 뜨거운 여름에 촬영을 해 탈진을 3번이나 했을 정도다. 너무 힘든데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힘든데 힘든 내색을 감추고 작업에 몰두하셨다. 그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데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거기서 저 역시 이 악물고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었다. 촬영 기간 내내 진통제를 달고 살았지만 뿌듯했다. “
‘이인좌’를 직접 심문하던 ‘영조’가 분노한 나머지 직접 칼을 들고 그의 목을 쳤다는 야사에서 시작된 팩션 사극 영화다. 조선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졌으나 옥사 포졸 신세에 처한 ‘김호’(정해인 분)와 새로운 조선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졌지만 결국에는 역적으로 역사에 기록된 ‘이인좌’(김지훈 분)두 사람의 극적인 대결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조선 최고의 무사집단인 어영청 5인방과 결투를 벌이는 5분여 간의 고난이도 액션의 작품의 하이라이트이다.
‘부상투혼’ 속에서 촬영에만 온 신경을 집중한 배우 정해인. 그의 피나는 노력은 ‘영화 자체가 액션 그 자체’로 보이게 할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일조를 했다.
김홍선 감독은 신인 배우의 패기를 높게 산 것일까. 아니면 원석을 그 누구보다 빨리 발견해 낸 것일까. 이에 정해인은 “감독님의 자세한 생각은 모르겠지만 아마 감독님께서 상반된 이미지의 인물을 원하셨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변을 내 놓았다. 실제 김홍선 감독은 “정해인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첫인상 그대로 매우 성실한 친구였고, 사람 됨됨이가 마음에 들었다”고 전했다.
“감독님께 직접 여쭤보고 싶기도 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극중 김호를 마초적이고 상남자 같은 느낌의 인물보다는, 겉으로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남자의 이미지를 원하셨던 것 같다. 미팅 때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제 겉모습과 달리 남자다운 모습을 발견하셨고 마음에 들어 하셨던 기억이 난다.“
신인 배우 정해인은 ‘역모’에 좋아했던 배우 김지훈씨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서 빨리 김지훈 배우를 만나고 싶었다고 한다. 여기에 베테랑 배우 조재윤, 이원종 등이 합세한다고 하자 천군마마를 얻은 듯 했다. 그럼에도 신인 배우가 극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주인공역에 캐스팅 되자 부담감이 앞섰다고 한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 입장, 또 그 역할을 데뷔한 지 1년차 신인배우가 한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이 컸다.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고, 연기만 잘 해선 될 게 아니었다. 현장을 아우르고 스태프를 챙기고 융화되어 작품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꼈다. 특히 이원종, 조재윤, 김지훈 선배가 엄청난 힘이 됐다. 영화 내에서 이원종 선배님 빼고는 다 적대적 관계인데 늘 현장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씩을 해주시고, 되게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
2014년 27살의 나이에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정해인은 4년차 배우이다. tvN 드라마 ‘삼총사’, tvN ‘도깨비’. MBC 드라마 ‘불야성’,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 KBS2 드라마 ‘블러드’, 그리고 영화 ‘장수상회’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선 ‘서브병 유발자’라는 별칭을 얻으며 사랑받은 데 이어 tvN 기대작 ‘슬기로운 깜빵생활’을 통해 쉴 틈 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다산 정약용의 6대손이라는 사실, 여기에 더해 이미 예비역까지 마친 ‘군필자’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데뷔 시기가 꽤 늦은 편이지만 정해인은 초조해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하나 하나 이룬 것에 대한 감사함이 더 컸다.
“4년이란 시간동안 쉬지 않고 작품을 했는데, 잘 된 작품도 있고, 안 된 작품도 있다. 쉬지 않고 일했다는 게 행복하다.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제 주변에 배우를 꿈꾸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친구를 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할 때가 많다. 어렸을 때 뭣 모르고 다녀왔던 군대가 걱정을 덜어준 게 사실이다. 그것 역시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으니까. 묵묵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그는 애교도 없고 무뚝뚝한 장남이다. 미소를 지을 땐 그 누구보다 부드러운 애교쟁이처럼 보이는데, 한마디 한마디 내 뱉을 땐 진중한 장남의 포스가 느껴졌다.
”말수도 적고 조용한 성격이다. 장남인데다가 일곱 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 남동생이 있다. 그러다보니 늘 의젓해야 했고 본보기가 되어야 했다. 그런 성장 배경이 지금의 성격에도 많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대세’라는 수식어를 주신것에 대해 감사하지만 잘 모르겠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이전 작품들을 다시 돌려보는 편인다. 내 연기를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고 할까. 머릿 속이 굉장히 복잡해지더라. 10년 후 꿈이라면?...꾸준히 오래 오래 배우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