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스포츠 강국 러시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불허 결정을 받으면서 평창의 메달 판도에도 변수가 생겼다. 러시아 선수들이 상당수 종목에서 ‘메달권’에 있기 때문에 개인 출전 허용에도 끝내 전면 보이콧을 실행할 경우 메달 주인과 국가별 메달 순위에 변동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194개의 메달을 따낸 전통의 강호다. 303개의 노르웨이, 253개의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메달이다. 지난 2014년 홈에서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 9개를 포함, 22개의 메달을 수확해 노르웨이(금 11), 캐나다(금 10), 미국(금 9)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내년 평창 대회를 앞두고도 러시아는 상위 입상이 예상됐다. 미국의 글로벌 데이터 분석 업체 그레이스노트스포츠는 최근 러시아가 평창에서 전체 102개 종목 가운데 금메달 6개를 포함, 21개의 메달을 따낼 것으로 예상했다. 금메달 수에서는 8위, 메달 합계 기준으로는 5위에 해당한다. 또 6일 미국 뉴욕타임스의 집계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체 종목의 3분의1가량인 32개 종목에서 메달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각 종목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톱5에 든 선수들을 기준으로 집계한 것이다.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 메달을 딴다고 해도 시상대에 러시아 국기와 국가가 등장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메달 개수는 계속 0으로 기록된다. 종합순위 상위권에 적잖은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이유다.
역대 동계올림픽 성적과 전문가 예측을 참고하면 평창 대회의 종합우승은 노르웨이와 미국의 양강, 또는 여기에 캐나다가 가세하는 3파전 구도가 예상된다. 러시아가 빠지면 이들 국가의 이해득실이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가 현재 세계 정상급인 분야는 ‘요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압도적 우위를 지키고 있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비롯해 바이애슬론 남자 계주, 크로스컨트리 남자 스프린트 단체전과 남자 스키애슬론 등 4종목이다. 특히 러시아는 피겨의 경우 최근 6차례 동계올림픽에서 총 26개의 금메달 가운데 14개를 쓸어담았다. 이 밖에 크로스컨트리 대부분의 종목과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 컬링 여자, 루지 남자 싱글, 스켈레톤 남자, 피겨스케이팅 페어, 아이스하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1,500m 등에서도 이번 시즌 러시아 선수들이 3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안방에서 대회를 치르는 우리나라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쇼트트랙의 경우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이 뛰는 러시아가 출전하지 않으면 한국 대표팀의 메달 경쟁이 수월해질 수 있다. 그러나 쇼트트랙에서는 한국이 최대한의 출전권을 확보해 러시아가 빠져도 더 얻을 출전권이 없고 1∼4차 월드컵에서 러시아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메달 색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단거리에 강한 러시아가 불참하면 모태범·차민규 등 한국 선수들이 출전권을 확보하고 올림픽에서 상위권에 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윤성빈이 버틴 스켈레톤의 경우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러시아 알렉산더 트레티야코프가 도핑 양성반응으로 메달을 박탈당해 일찌감치 출전 가능성이 막혔으나 니키타 트레구보프 등 강자들이 여전히 있다. 트레구보프 등이 윤성빈보다 한 수 아래이기는 하지만 경쟁자가 줄면 한결 편안한 상황에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이상호가 메달에 도전하는 스키 스노보드도 일부 러시아 선수들이 메달 경쟁권에 있는 종목이다. 피겨는 한국이 메달 경쟁에서 한발 물러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