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으로 이어지며 가자지구에서 3년여 만에 첫 공습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미 거리시위가 무기를 동원한 살상사태로 번지며 전쟁 발발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아랍권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군이 9일(현지시간) 새벽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 단행한 전투기 공습으로 2명이 사망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지난 2014년 7~8월의 이른바 ‘50일 전쟁’ 이후 처음이다. 이번 공습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을 발사한 직후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날 밤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 스테롯 마을을 향해 최소 3발의 로켓포를 쐈다.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성명에서 “하마스의 공격에 맞대응하기 위해 공습에 나섰다”며 “이스라엘에 로켓을 떨어뜨린 것은 중대한 도발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밤사이 무기제조시설 2곳, 무기저장고 1곳, 군사집적지 1곳 등 하마스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사망자는 하마스 대원들이었지만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군 기지 인근에 거주해온 어린이 6명 등 최소 2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유혈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4명으로 늘었으며 총 부상자는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반발한 팔레스타인은 6~8일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특히 마지막 날인 8일에는 금요예배를 마친 이슬람교도 수천명이 거리로 쏟아져나왔으며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2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군이 가자지구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주동자 2명에게 조준사격을 했고 총탄이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스라엘 측은 스텔스전투기의 실전배치 가능성까지 언급해 사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지난 10년간 세 차례 벌인 전쟁은 작은 포탄 발사에서 시작됐다”며 “양측이 로켓포와 폭격을 주고받은 것은 흔하지 않은 일로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뤄졌다”고 우려했다.
한편 주말 사이 예루살렘 문제로 머리를 맞댄 국제사회는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규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참가국들은 8일 열린 긴급회의에서 “미국의 선언은 중동 평화 전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으며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연합(EU) 소속 5개국은 안보리 회의 후 미국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아랍권에서는 거센 반발과 함께 미국과의 대화 단절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 겸 평화협상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의 회동을 앞둔 이집트 콥트교회 수장 타와드로스 2세도 “미국이 아랍의 감정을 살피지 않고 내린 결정에 반대한다”면서 20일로 예정된 면담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22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10일 성명에서 트럼프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역내 긴장과 폭력을 끌어올리는 그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