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 거래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한 가상화폐거래소가 신규 회원의 거래를 제한할 정도로 과열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22일 하루에만도 20%가량 하락하면서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형 가상화폐거래소 5곳 중 2곳이 신규 회원의 거래를 막고 있다. 최근 24시간 원화 거래액이 7조원에 육박한 업비트는 지난 18일부터 신규 가입하는 회원에게 바로 거래를 열어주지 않고 있다. 신규 회원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시스템 대응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업비트의 한 관계자는 “시스템 상황을 봐가며 가입한 순서대로 거래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5위권 가상화폐거래소인 코인네스트도 21일부터 아예 신규 회원 가입을 받지 않는데다 기존 회원들도 원화를 입금하지 못하게 했다. 최근 누적회원 수가 20만명을 돌파하는 등 신규 회원이 급속히 늘어나 서버 증설이 필요해져서다.
회원 수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빗썸에서는 접속 지연이 빈번하다. 21일 저녁에도 홈페이지 접속은 물론 다른 페이지로 넘어갈 때도 몇십 초씩 걸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가상화폐 투자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빗썸 측은 “접속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자동으로 후순위 접속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방법으로 서버 다운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원하는 타이밍에 거래를 못한 회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최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과열 방지책을 내놓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가상화폐거래소 회원 수와 거래량은 급격히 늘고 있다. 정부가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고 은행이 거래자금 입출금 과정에서 본인 확인을 하도록 한 것 외에는 투자액 상한선 도입 등 일반인의 거래 자체에 대한 규제까지는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빗썸의 경우 누적회원 수는 지난달 말 148만명에서 이달 21일 237만명으로 늘었다. 20여일 만에 90만명이 새로 가입한 것이다. 이는 34만명이었던 올해 1월과 비교하면 6배 증가한 수치다. 일 거래액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1조8,763억원에서 최근 24시간에는 3조7,789억원으로 2배 늘었다.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전체의 최근 24시간 거래액은 12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지난주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개시됐음에도 안정되기는커녕 급등락을 거듭해 투자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코인원에 따르면 21일 상한가로 2,191만원을 찍었던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5시30분 1,726만원까지 떨어졌다. 하루 만에 26%가 빠진 것이다. 이외에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캐시도 각각 전날 대비 21.2%, 23.4% 급락했다. 주요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약 30% 증발하면서 현재 가상화폐거래소 채팅창과 인터넷의 관련 카페는 끝없이 폭락할 수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여 있다.
특히 이러한 손실은 가상화폐로 돈을 번 사람이 많다는 얘기만 듣고 뒤늦게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업계에서는 대학생 등 청년들이 소액을 입금해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전망을 갖고 투자하도록 정보 공시와 제공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들이 별다른 공부나 분석 없이 기대감만으로 투기 열풍에 편승하다 보니 하락장이 오면 패닉을 겪는 것”이라며 “거래 자체를 규제하지 않겠다면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이 투자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에 참여하도록 정보 제공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