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항용칼럼] 가상화폐 논란

한양대 금융공학부 교수

기술 이해·유용성 인식 불충분

정부·전문가 관점도 극단 달려

'안정'만을 위한 정책·규제보다

성장과 균형 이룰 지혜 필요

이항용 한양대 교수




요즈음 가상화폐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둘러싼 논쟁은 단순히 경제 문제를 떠나 사회 전반의 대형 이슈가 됐다.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자가 3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량의 20%가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정보기술(IT)에 비교적 노출돼 있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20·30대가 가상화폐 투자의 주요 투자자들이다 보니 가상화폐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전혀 없으므로 최근과 같은 가격상승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가상화폐 광풍을 지난 17세기 유럽에서의 튤립 버블이나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상속증여세 등 탈세나 불법적인 거래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거래의 불투명성으로 투자자 보호도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중국의 가상화폐 환전소가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한국의 가상화폐 가격이 외국에 비해 높다 보니 해외로 자금을 가져가서 가상화폐를 구입한 후 국내에서 차익을 얻는 차익거래가 발생하고 있고 이는 결국에는 국내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위험이 있다. 이와는 반대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며 따라서 가상화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기술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립도 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일상적으로 언론 등에서는 가상화폐라고 부르지만 한국은행은 가상통화, IT 업계에서는 암호화폐, 그리고 지난 법무부 장관의 발표 때에는 가상증표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상화폐의 성격이 모호하다 보니 정부정책의 혼선도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혼선을 보이면서 가상화폐의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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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책의 혼선이나 전문가들에 따라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관점이 매우 다르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우리 모두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그리고 이들의 경제사회적 유용성과 위험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가상화폐라는 나무를 이해하더라도 숲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가상화폐의 숲을 보면서도 나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부족한 동시에 가상화폐의 경제적 득실에 대한 인식도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위해서는 정부와 전문가들 간에 서로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폭이 넓어져야 한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다만 경제사회 전체 관점에서 가상화폐의 미래에 대해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하더라도 해외에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시장은 결국에는 규제를 회피하는 방법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더욱이 기술발전의 방향과 속도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가상화폐의 미래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극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한 가지는 명확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성장과 안정 사이에는 단기적으로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으나 단기적으로 기술발전이 느려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안정 사이의 상충관계는 사라지고 오히려 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안정 없이는 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 가상화폐에 대한 안정 없이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의 기술발전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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