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도

"자전거래는 소설"…국토부 '단속 딜레마'

집값올리기 집중점검 나섰지만

"거래가격 높이는건 도움 안돼"

중개사 "가능성 없는 가설" 일축

단속 공무원들도 "사실상 제로"

"있다고 하기도 없다고 하기도…"

자전거래 조사 놓고 고민 깊어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과열을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집값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한 행위를 뜻하는 ‘자전(自轉)거래’ 의혹을 두고 국토교통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자전거래가 강남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점검에 나섰지만 지금까지 조사 결과로 보면 사실상 근거 없는 의혹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로 조사를 확대했지만 소득 없이 끝날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에 최근 집값이 급등한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불법 거래 집중 단속을 벌였다. 특히 이번에는 자전거래에 대한 집중 점검이 이뤄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현장 점검 계획을 밝히면서 분양권 불법전매, 청약통장 불법거래, 불법중개, 업다운 계약과 함께 자전거래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자전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자전거래 조사에 나선 이유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이 허술해 투기 세력이 자전거래로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현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매매계약은 계약 후 6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신고를 해야 하고 이는 실거래가공시스템에 반영 되지만 거래가 최종적으로 무산됐을 경우 신고취소는 의무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투기 세력들이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의 허점을 악용해 실제 계약은 없이 원래 가격보다 높게 거래한 것처럼 신고를 해서 가격을 올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지금까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자전거래는 실현 가능성 없는 가설 수준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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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현장의 공인중개사들은 같은 단지 아파트가 갑자기 크게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고 매수자들은 주춤하면서 거래가 줄어 중개수입도 악영향을 받기 때문에 중개업자들이 자전거래를 할 유인이 별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히려 주변 시세에 비해 다소 높게 거래된 아파트는 거래 신고를 최대한 늦춰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강남 역삼동에서 중개 업무를 하고 있는 류관하 리맥스골드에셋중개법인 대표는 “거래가격을 높이는 것이 공인중개사 입장에서는 전혀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설령 한 두 명이 장난을 친다고 해도 요즘처럼 정보가 공개된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을 속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장 단속에 참여한 국토부 공무원들조차도 자전거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는 최근 강남권을 중심으로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신고됐지만 실제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계약과 최근 주변 시세 대비 높은 가격에 주택매매를 중개한 업소 등 자전거래 의심 사례들을 조사했지만 아직까지 불법 행위는 잡아내지 못했다. 조사에 참여한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조사에서 자전거래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100% 확인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보는 시각에서 자전 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키는 신종 불법 행위로 지목받은 자전거래의 실체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의심 사례 조사에 나섰던 국토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국토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언론을 비롯한 여론이 자전거래 행위 문제를 계속 지적하다 보니 조사를 하겠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조사 결과 자전거래는 사실상 소설 같은 이야기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금 현재 단계에서는 있다고 하기도 없다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난감해 했다.

고병기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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