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파친코]경계인의 삶, 그 속에도 희망은 있다

■이민진 지음, 문학사상 펴냄







자기 발 디딘 땅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경계가 보일 리 없다. 박완서가 쓴 것처럼 “아무리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너도 조선 땅이고 조선 사람 밖에 없는 줄” 아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을 피해, 가난을 넘어 이국의 땅을 밟은 이들의 눈엔 경계가 선명하다. 문제는 그들은 경계의 안에도 밖에도 속하지 않은 딱 그 선 위에 아슬아슬 매달려 있다는 것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 역시 경계인이다. 대학 시절 ‘자이니치’라는 이름 아래 핍박받는 재일동포에 가슴이 동한 것은 당연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이들의 처절한 생애를 담아내겠다는 작가의 집념은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빚어내는데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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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부터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하는 순자, 순자가 일본에서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의 아들 솔로몬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전형성을 벗어나 각자의 굴곡진 삶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해외 매체들은 이 작가에게 ‘제2의 제인 오스틴’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등장인물들의 삶은 처절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희망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소설의 첫 문장처럼. 희망은 무덤덤하게, 경계 위에 꽃을 심는 행위다. 각각 1만4,5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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