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의 인물들은 제작기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가고 있다. 지난 4회의 방송 중 스치듯 지나간 한 마디지만 그 안에 그네들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져 시청자들의 가슴에 남은 명대사들을 짚어봤다.
#1. 지안, “지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잠이 오지?”
동훈(이선균)을 도청한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패스트푸드 점에 마주앉은 지안(이지은)과 기범(안승균). 지안은 하루라도 빨리 사채 빚에서 벗어나고자 낮에는 사무실에서 파견직으로 일을 하고 밤에는 주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닥치는 대로 일하는 바쁘고 고단한 삶이 당연한 지안은 대화 도중에도 벽에 붙어있는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를 지나치지 못하고 지긋이 응시한다. 그리고 그 시선을 알아챈 기범은 일 좀 그만하고 좀 쉬라면서 “나 너 이부자리 깔고 반듯하게 누워서 자는 거 본 적이 없다. 맨날 지쳐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자고”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어지는 지안의 한 마디. “지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잠이 오지?” 지치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깨어있어야 하기에 믹스커피를 물처럼 들이키는 지안의 메마른 인생을 짐작케 해 시청자들을 울렸다.
#2. 동훈,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팀원들과 술 한 잔을 기울이던 중 화제에 오른 ‘싸가지 없는 파견직 이지안’의 뒷담화에 “너희들은 걔 안 불쌍하냐?”라며 운을 뗀 동훈은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라고 말했다. 동훈은 메마른 세상을 겨우겨우 견뎌왔을 삶의 여정이 그 사람의 경직된 현재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상처받아” 너무 일찍 커버린 아이 지안. 그리고 동훈이 자세한 사정을 몰라도 지안의 경직됨을 알아채고 이를 불쌍히 여기는 이유는 아마 그 자신도 경직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개천 위에 지어져 재개발도 할 수 없는, 그래서 수명이 다하면 없어질 건물’에 자신을 빗대어 “나도 터를 잘못 잡았어. 지구에 태어나는 게 아닌데”라던 동훈 역시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매일을 ‘성실한 무기징역수’로 살아내고 있다.
#3. 제철, “백세 인생에 한 직업으로 살기엔 지루하죠.”
청소 일을 시작하게 된 두 아들 상훈(박호산)과 기훈(송새벽)을 바라보며 요순(고두심)은 “내가 아들자식 둘이 빗자루 들고 살지는 몰랐다”라며 한탄했다. 상훈의 친구 제철(박수영)은 노모에게 “백세 인생에 한 직업으로 살기엔 지루하죠. 서너 개는 해봐야 지루하지 않고 좋죠”라고 말했다. 더는 노모의 짐이 될 수는 없기에 빗자루를 든 상훈과 기훈처럼 제철 역시 제약회사 이사로 재직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먹고살기 위해 건물 청소를 했고, 이제는 아내와 장사를 하기로 결심한 남자다. 나이가 들어 원래 있던 곳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왔지만, 그래도 가족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고단한 삶을 어깨에 지고 서글픈 미소를 머금은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듯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나의 아저씨’는 매주 수, 목 오후 9시30분에 방송되며, 국내 방영 24시간 후 매주 목, 금 오후 9시 45분 tvN 아시아를 통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도 방영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