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정농단’ 항소심이 시작된 가운데 첫 재판부터 특검과 변호인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특별검사팀은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삼성의 미르·K스포츠재단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에 관한 핵심 증인을 신청했고, 최씨 측은 여전히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며 손석희 JTBC 사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을 증인으로 요청했다.
4일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 전 수석 국정농단 2심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특검 측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 현안에 대해 (최씨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고, 승마와 차량 구입 대금 등 뇌물 공여는 물론 (다른) 뇌물을 약속하기도 했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13일 1심에서는 433억여 원의 삼성 뇌물 혐의 가운데 승마지원 72억9,000만원만 인정하고 재단출연·영재센터는 무죄로 판단했다.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승계 등과 관련한 명시적·묵시적 청탁도 없었다고 봤다.
특검은 1심 재판부가 삼성 경영권 승계 현안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부정 청탁 증거보다는 개별 지원 행위를 쟁점으로 봤다며 항소심에서는 부정 청탁 부분을 집중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이를 위해 이수형 전 삼성 미래전략실 기획팀장,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특검 측은 “이번 항고심은 제3자 뇌물공여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 입증이 핵심”이라며 “해당 쟁점이 집중 심리되기 위해서는 핵심 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씨 측은 여전히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의 입수 경로와 기획 가능성을 검증하자는 쪽으로 쟁점을 몰고 갔다. 최씨 변호인 측은 이를 위해 손석희 JTBC 사장,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 관련자들을 대거 증언대에 세워줄 것으로 요청했다. 삼성 뇌물과 관련해서는 박상진 전 삼성전자(005930) 사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이사를, 롯데 뇌물과 관련해서는 최근 재판부를 갈아 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최씨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배경에는 여러 사람의 진술을 모아 의혹을 사실로 바꾼 문제가 있다”며 “특히 검찰이 태블릿PC의 불법적 입수 경로를 원천적으로 수사하지 않은 데다 기획된 국정농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으니 반드시 증인을 불러야 된다”고 강조했다. 특검 측이 요청한 증인에 대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간 부정청탁 여부나 경영 승계 진행 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니 불필요하다”며 “삼성 지원의 핵심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 박 전 사장, 삼성 미래전략실이지 이 부회장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태블릿PC는 공소사실과 무관하다”며 “최씨 승마 지원을 삼성 승마단장이 아니라 최 실장과 미전실이 주도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전 수석 측 변호인은 국정농단 혐의보다는 ‘비선 진료 의사’ 김영재 원장과 그의 아내 박채윤씨로부터 받았다는 뇌물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해 주로 다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씨와 안 전 수석은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기일은 오는 11일 오전 10시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