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되는 EBS1 ‘한국기행’에서는 ‘봄, 비비다’ 1부 ‘달콤 쌈싸름하니 봄’ 편이 전파를 탄다.
▲ 봄나물비빔밥
“나이 많아도, 선생님은 선생님이고. 그래 않습니까?”
경상남도 하동, 이곳에는 조금 특별한 사제지간이 있다. 이옥례(62)선생님과 강귀남(81), 이순자(75), 김금선(72)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옥례씨는 나이 많은 어른들께 듣게 된 ‘선생님’ 소리가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연필 잡는 법도 모르던 할머니들이 전국대회 시화전에 나가 상을 타는 실력이 되었으니 이제는 그만큼 사명감도 든단다.
매화꽃이 핀 봄날, 나들이에 나선 길. 순탄했던 사제지간이 역전됐다?
“글만 잘 쓰지, 나물 캐기는 뽕이다!”
칼을 가는 법부터 머위, 쑥, 원추리를 캐는 방법까지~ 강귀남 할머니는 70년에 이르는 나물 캐기 경력을 내세워 선생님을 가르치는데, 선생님의 나물 캐기 점수는 80점이라고 도발(?)하는 강귀남 할머니. 큰 소리 빵빵 쳤지만 곧 주눅이 들고 마는데 곧바로 글쓰기 수업이 이어진 것.
‘올해도 봄을 맞이하니 열아홉 살 기분으로 봄나물을 캐러 들과 산에 왔다’
‘두릅도 올록볼록 나고’
삐뚤빼뚤한 글자로 할머니들이 드러내고 싶었던 봄날은 어떤 맛이었을까. 뒤늦게 한글을 배우며 인생의 가장 화려한 봄날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들의 봄 속으로 들어가 보자.
▲ 숭어회비빔밥
“숭어는 물고기 중에서도 미물이라. 후각이 예민하고, 머리가 좋아”
경상남도 거제 바닷가의 아찔한 높이에 위치한 망루, 좁은 망루 안에는 어로장 안성철(52)씨가 있다. 화장실 갈 때만 제외하고 하루 종일 바다 물결만 살피는데. 여섯 척의 배에 그물을 매달아 물 밑에 내려놓고 숭어 떼가 지나갈 때 그물을 들어 올리는 육소장망 방식으로 숭어를 잡기 위해서다.
망루에서 꼼짝 못하는 성철씨의 손과 발이 돼주는 건 막냇동생 영찬(45)씨. 하지만, 고기를 잡기 전까지 형 성철씨는 영찬씨의 묻는 말에 대꾸도 해주지 않을 만큼 예민한데 얼굴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묻어난다. 숭어는 후각이 뛰어나고 똑똑해 조그만 소리나 냄새에도 가던 길을 돌리기 때문.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수확에 성공한 숭어. 팔딱팔딱 뛰어오르는 힘이 보통이 아닌데 그제야 형제에게도 훈훈한 봄이 찾아온다.
하루 세 끼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는 숭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숭어는 지금이 제철이다. 잘 비벼진 숭어회덮밥에 진달래꽃 하나 올리면 봄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별미.
형제의 봄을 낚으러 간다.
[사진=E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