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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불신에서 안심으로] '유령주식' 못막은 시스템이 화근인데...공매도만 일방적 몰매

<上>시장을 믿을 수 없다

시장과열 방지에 유용...글로벌 국가 대부분 공매도 도입

폐지 아닌 제도 악용 세력 감시강화·처벌수위부터 높여야

무차입 공매도 허용 등 개인투자자들 참여 기회도 확대를




증시 불신의 시대다. 삼성증권 배당 착오 사태는 취약한 국내 금융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고 올해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기업공개(IPO) 시장도 증권사 배만 불리는 ‘기관들의 놀이터’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한진해운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매매 같은 사태에도 시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는 공매도제도 폐지 요구로까지 이어졌다. 무너진 주식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불신을 걷어내고 잘못된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주식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한 기획시리즈 ‘주식시장, 불신에서 안심으로’를 연재한다.

“팻 핑거(fat finger·주문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유가증권 발행 시스템에 분노한다.”(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도 사태 피해자)


직원의 입력 실수로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시장에서 거래된 삼성증권 사태는 공매도 폐지 요구의 불씨를 거센 불길로 만들었다.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증권 사태의 본질이 의도적인 무차입 공매도는 아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일이 벌어져도 시스템이 제어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설마 했는데 증권사의 시스템이 이렇게까지 허술할지는 상상도 못 했다”는 한 투자자의 말이 우리 증권거래 시스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개인투자자에게 공매도는 ‘공공의 적’이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가격이 떨어졌을 때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빌려서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도 차입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지만 빌릴 수 있는 종목이 제한되고 빌리는 기간도 90일로 짧은데다 담보와 보증금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지난 1996년 도입 이후 지금까지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반면 외국인투자가는 차입 공매도가 허용된 1999년 이후 공매도 거래의 60~80%를 차지하고 있다. 참여비중이 10%였던 국내 기관투자가도 최근에는 30%대까지 비중을 늘렸다. 공매도는 기업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큰손’들이 공매도에 나선 종목은 주가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은 ‘그들만의 게임’에서 소외된다. 청와대 게시판에 20만건 이상의 공매도 금지 청원이 올라올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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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공매도는 증권거래의 불신을 키우는 독버섯일까. 전문가들은 제도의 악용이 문제이지 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국가 대부분이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공매도를 도입한 만큼 공매도 금지가 오히려 투자손실을 키울 수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매도는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학계의 일치된 연구 결과”라며 “이번 사태로 공매도 폐지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면 반대 상황도 가능해야 시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길까. ‘공매도 거래와 기업의 주가 급락 위험’ 논문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비금융업종 기업 9,501개사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공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 비율은 시장 평균과 비슷한 10%대에 불과했다. 단순하게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 게 아니라 기업 펜더멘털이 흔들리고 외국인·기관 견제가 안 되니 공매도가 들어온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전체 거래 중 최대 40%를 차지하는 미국 등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공매도가 평균 2%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비중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고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코스닥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중소형주의 ‘작전’에 공매도가 활용될 수 있는 만큼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매도에 대한 공시 확대,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고 되돌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매도로 인한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매도 직전 체결가격 밑으로 거래를 막는 업틱룰(up-tick-rule)은 효용이 떨어지는 제도로 수정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소외를 해소하기 위해 공모주 청약투자 등 제한된 범위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업공개제도에는 공모주식의 최대 15%까지 추가로 발행할 수 있는 초과배정옵션제도가 있다. 투자자의 수요를 높이고 상장 후 주가의 변동성을 줄여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지만 도입한 지 15년이 지나도록 사문화돼 있다. 기업이 대주주 지분 희석을 우려해 실제 주식을 발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초과배정물량을 대주주로부터 차입할 필요가 없는 무차입 공매도로 확보해 해결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에 대한 불신은 참여가 제한된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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