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은 단연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태극당’이다. 제과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태극당은 장충동에서만 40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키면서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이런 가운데 인근에 호텔 건립 사업이 추진되면서 태극당이 현재 위치에서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을 지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극당은 지난해 파라다이스(034230)그룹으로부터 2020년 장충동 본사 자리에 완공 예정인 특급호텔 건설을 위해 태극당 건물 부지뿐 아니라 인근 땅을 매입하고 싶다는 요청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그룹은 국내서 카지노·호텔 등을 운영하는 회사다. 본사가 위치한 장충동 부지에 특급호텔을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파라다이스그룹의 숙원사업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이 태극당에 제안한 구체적인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중구의 랜드마크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액수는 상당했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일단 태극당은 파라다이스 측 제안에 대해 ‘3대째 내려오는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들며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가 중구청으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해인 2015년 말 태극당이 대대적인 리뉴얼 공사를 단행한 것도 거절 의사를 밝힌 배경 중 하나였다.
1946년 서울 명동에 처음 문을 연 태극당은 1973년 지금의 장충동 본점을 지었다. 첫 출발부터 계산하면 올해로 햇수로만 73년째, 세대로는 3대째 운영 중이다. 모나카 아이스크림, 전병, 카스테라 등이 유명하다. 황금기였던 1970년대에는 전국에 지점을 7곳 운영하기도 했지만 현재 장충동 본점을 제외하고 모두 정리했다. 현재 ‘태극당’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여타 제과점들과 태극당 장충동 본점은 무관하다.
태극당이 제안을 거절하면서 파라다이스 측도 “태극당 부지를 매입할 계획은 없다”며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파라다이스가 태극당 부지 매입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라다이스는 이미 주변 일대 땅을 매입해 오고 있다. 현재 태극당 위치는 파라다이스 소유 부지에 갇힌 모양새다.
한편 1979년 태극당 옆에 오픈 해 40년 가량 한자리를 지켜온 장충동 맛집 ‘송원’도 최근 파라다이스에 땅을 넘겼다. 송원은 한 달 전 한블럭 떨어진 곳에 이전 오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