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인간과 자연, 노동과 인간 정신의 관계 등에 천착해 스크린 위에 시적으로 풀어낸 이탈리아 영화 거장 에르만노 올미가 세상을 떠났다.
7일 ANS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미 감독은 이탈리아 북동부 도시 아시아고에서 지난 6일 숙환으로 운명했다. 향년 86세.
북부 베르가모에서 태어난 그는 노동계급의 일상을 비전문 배우를 기용해 담담한 카메라 기법으로 사실적으로 풀어내 이탈리아 후기 네오리얼리즘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나막신 나무(1978년)’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성스러운 술꾼의 전설(1988)’로는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19세기 롬바르디아 소작농 가정의 척박한 삶을 그린 ‘나막신 나무’는 이탈리아계 할리우드 배우인 알 파치노가 지난 2010년 미국영화연구소(AFI)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로 꼽기도 했다.
한편 올미 감독은 생애 막바지에 근육이 약화되는 면역계 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변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