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자원·에너지 빅뱅...갈림길 선 한국] 에너지전환 당겨놓고...성공 열쇠 '비전통 자원' 개발엔 뒷짐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늘리려면

'브리지'연료 값싼 LNG 확보 필수

韓은 어렵게 확보한 광구마저 사장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을 기준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면 그것은 틀린 얘기입니다.”(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지난해 우리 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값이 싸지만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전을 줄이되 좀 비싸더라도 안전하고 청정한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며 정부가 급작스레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틀었기 때문. 이 에너지 전환을 뒷받침하는 ‘브리지’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다. 전력생산이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는 쉽게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가스발전 없인 한계가 있다. 에너지 전환 성공의 열쇠가 값싼 LNG 확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비리’ 멍에를 뒤집어쓰면서 해외자원개발이 멈춘 탓에 값싸게 천연가스를 확보할 수 있는 골든타임마저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가 도입하는 LNG의 가격은 셰일가스 혁명으로 에너지 패권을 잡은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보다 세 배 넘게 비싸다. 15일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3월 평균 미국의 헨리허브 가격(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 지표)은 백만Btu(영국 열량 단위)당 2.69달러 수준. 반면 3월 계약 기준 LNG 아시아 도입가격은 10.50달러에 달한다.


미국의 천연가스가 싼 것은 셰일혁명 때문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등 비전통자원이 많이 매장된 지역 중 하나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에너지정책센터에 따르면 미국에 매장된 셰일가스·석탄층메탄가스(CBM)·타이트가스 등 비전통자원은 35.1조세제곱미터(Tcm)에 달한다. 석유·가스 등 전통자원(27.1Tcm) 매장량보다 29.5%가량 많다. 이 비전통자원을 개발해 미국은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변모했다. 호주 에너지컨설팅 업체인 오클리그린우드의 제프 통 수석컨설턴트는 “미국은 셰일가스로 2년 만에 에너지 역사의 판도를 바꿔놓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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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달리 아시아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높다. 아시아는 2015년 기준 전 세계 LNG 수입 총량(3,383억㎥) 중 2,386억㎥(70.5%)를 소비했다. 이 중 우리나라가 도입한 물량만 437억㎥(12.9%)에 달한다. 미국과 호주·캐나다 등에서 셰일가스 같은 비전통자원이 석유와 천연가스 같은 전통자원의 패권을 넘어선 영향이 우리나라 등 아시아에만 미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지난 정부에서 유전 개발과 더불어 오일샌드·CBM 등 비전통자원 개발에 열을 올렸던 것도 이런 이유다. 비전통자원의 경우 유전 개발과 달리 탐사 리스크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개발 후발주자가 상대적으로 사업에 진출하기 쉽다. 관건은 기술력 확보다. 한국석유공사가 하베스트를 인수하고 한국가스공사가 호주 GLNG 사업에 진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접어들면서 어렵게 확보한 기술도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적으로 부는 에너지 전환 바람에 LNG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짐 스노 오클리그린우드 이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어 LNG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비전통자원의 수요는 급격히 늘고 있다. 노르웨이 에너지컨설팅 업체 라이스타드에너지에 따르면 2015년 비전통자원 생산량은 11.1% 증가했다. 전통자원의 생산량은 0.4% 느는 데 그쳤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라도 비전통자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비전통자원은 더 이상 비전통이 아니다”라며 “석탄이나 원자력을 안 쓰면 결국 가스를 많이 써야 하는데 불확실성이 적은 비전통자원에 투자하는 게 싼 가격에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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