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靑도 가세한 경기논쟁] 靑 "내달부터 고용회복" 전망하지만...분기 이상 지표로도 침체

건설 등 경제통계 침체 초입

1분기 성장률도 2.8% 그쳐

추경편성 자체가 '둔화' 신호

정책효과 내려면 1~2년 걸려

지금이라도 방향 전환 고민을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근 고용 상황과 일자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근 고용 상황과 일자리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20일 경기침체 논란을 의식한 듯 “우리 경제가 1·4분기에 전기 대비 1.1% 성장하는 등 연간 3% 성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용통계는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여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6월부터는 고용여건이 본격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일자리는 후행지표다. 경제가 좋으면 고용이 늘어나고 반대면 줄어든다. 이날 반 수석은 “경기 부분은 다음주에 경제수석이 자세히 얘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다음달부터 고용지표가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집어 보면 경기침체라고 보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경기논쟁이 청와대까지 가세하면서 커지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말에 재반박이 나오고 일자리를 비롯해 경기상황과 수출 지표를 두고 전문가들과 정부·청와대의 해석이 계속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靑 고용쇼크 경기 아닌 인구구조 탓=청와대는 고용감소의 원인으로 △생산인구 감소 △기저효과 △반도체 등 일부 업종 중심 성장 등을 들었다. 특히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돼 취업자 증가를 가로막는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문제는 경기부진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회복 국면이라면 3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20만명대를 밑돌기 어렵다”며 “3개월 연속 10만명대가 나온 것은 지금이 회복 국면이 아닐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를 알았을 텐데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일자리 증가폭을 32만명으로 잡아놓고 아무런 해명 없이 인구구조와 기저효과 탓이라고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1~2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이라도 방향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기로 봐도 꺾인 경기…정부 “문제없다”=전날 국가미래연구원에 ‘경기침체 진입의 확신한 증거들’을 기고한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대기업과 제조업이 특히 어렵다는 징조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러나고 올해 가팔라지고 있다”며 “분기로 봐도 1·4분기 성장률이 2.8%라는 게 상당히 안 좋은 건데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경제부총리의 말처럼 월별이 아닌 분기로 봐도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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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로 본 경제통계는 침체 초입이다. 지난 2015년부터 우리 경제를 떠받쳐오던 건설업은 올 들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2016~2017년 전년 대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0%를 넘나들던 건설업은 지난 1·4분기에 1.3%에 그쳤다. 제조업도 지난해 3·4분기 6.4%에서 올해 1·4분기 3.0%로 하락했다. 김광수경제연구소는 “올 들어 제조업의 성장률 기여도는 1% 밑으로 다시 가라앉고 있다”며 “2015년부터 성장률을 떠받친 건설업은 올 들어 아파트 투기대책 강화와 공급과잉 압력 증가로 기여도가 거의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다른 경제연구소도 경기가 꺾였다고 봤다. LG경제연구원은 투자가 1~2월까지는 어느 정도 버텼지만 3월부터 둔화세가 뚜렷하다고 해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 추세가 모두 2개월 이상 꺾였고 3월 제조업 생산지표가 안 좋다는 점을 경기하강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기침체 정도는 아니더라도 경제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기재부의 고위관계자는 “광공업 생산이 부진했지만 3%대 성장기로를 유지하고 있다”며 “관련 지표를 더 봐야 한다”고 맞섰다.

◇수출 증가세 급격히 하락=수출도 같은 수치를 놓고 정부와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5,739억달러로 전년 대비 15.8% 늘어났다. 지난달 전년 대비 -1.5%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10일까지 4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기재부가 최근 경기침체 논란의 반박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수출이다. 17일 김 부총리도 “수출은 3~4월 사상 최초로 500억달러 이상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계를 올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로 잡으면 수출 증가율은 8.7%에 그친다. 지난해의 절반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3·4분기의 수출 증가율은 24%였는데 4·4분기 8.4%, 올 1·4분기에는 10.1%로 하락세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은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는 게 무슨 뜻이겠느냐”며 “결국 수치가 다 말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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