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사모펀드로 불리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공동 대표 조셉 배(사진·46)가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크리아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 오비맥주와 티몬 등 한국 기업 투자 경험이 많고 한국과 아시아 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배 대표가 엑소르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엑소르가 매각을 추진 중인 자동차 부품사 마그네티 마렐리의 한국 기업 인수설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지난달 29일 엑소르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최종 선임됐다. 배 대표는 올해 초 엑소르 이사회 사외이사로 지명됐다.
엑소르는 자동차(FCA·지프·페라리)와 보험(파트너리), 언론(이코노미스트), 스포츠(유벤투스FC) 등 다양한 사업 분야만큼 다양한 경력의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사모펀드 출신 사외이사도 배 대표가 처음이 아니다. 올해 5월 말 기준 총 7명의 사외이사 중 베인캐피탈, 블랙스톤, 로이드 등 글로벌 금융투자 업계 인물만 4명이 포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IB 업계에서는 배 대표의 선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 대표의 이력 때문이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지난해 7월부터 KKR의 공동대표 겸 공동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고 있다. KKR의 미래를 이끄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를 거쳐 1996년 KKR에 합류했다. 특히 2006년 KKR의 아시아 사무소 설립 때부터 핵심역할을 했고 2009년 KKR의 오비맥주 인수 및 2014년 AB인베브로의 매각 과정에서 4조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 기업인 티몬 인수 등에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선임이 엑소르가 내년 초 분사해 매각 예정인 자동차 부품사 마그네티 마렐리의 매각 작업과 관련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마그네티 마렐리는 전장 사업을 강화 중인 삼성전자(005930)의 인수 가능성이 수 차례 제기된 곳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5년여간 엑소르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인수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4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재판과 사외이사 임기 종료 등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삼성전자의 마그네티 마렐리 인수설은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엑소르가 배 대표 선임을 통해 향후 삼성전자 등 아시아 기업과의 협상에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배 대표와 이재용 부회장이 하버드비즈니스스쿨 동문인 점도 삼성과 엑소르의 논의 창구로 배 대표가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엑소르 차원에서도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배 대표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KKR 대표라는 의미와 동시에 한국의 유력 기업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