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역사적 첫 북미 정상회담 비용을 기꺼이 부담한 싱가포르가 비용의 수십 배에 이르는 막대한 경제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현지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글로벌 미디어 정보 분석업체인 멜트워터는 북미 정상이 회담을 위해 싱가포르에 머문 지난 10∼12일간 전 세계 매체(온라인 보도 기준)의 싱가포르 관련 언급을 기준으로 이번 회담의 홍보 효과를 2억7,000만 싱가포르달러(약 2,181억원)로 추산했다. 또 이 업체는 회담 장소 결정 과정과 이후 준비과정에서 발생한 언론 노출까지 고려하면 그 효과는 무려 7억6,700만 싱가포르달러(약 6,196억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신문과 잡지 등 인쇄 매체, 방송, 소셜 미디어 노출까지 고려하면 홍보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크다는 게 멜트워터의 분석이다.
특히 정상회담장과 양국 정상 숙소로 사용됐던 싱가포르의 호텔들이 가장 큰 광고 효과를 누렸다.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12일 회담 관련 전체 온라인 매체 보도의 절반이 넘는 2만여개 기사에 회담장으로 사용된 카펠라 호텔이 언급됐다. 또 같은 날 두 정상의 숙소로 사용된 샹그릴라 호텔과 세인트 리지스 호텔은 전체 온라인 기사의 5분의 1가량에서 언급됐다.
싱가포르는 정상회담 관련 보도의 양적인 측면과 함께 정서적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누렸다. 미디어 모니터링 업체인 이센시아 분석결과 정상회담 관련 전체 온라인 버즈(buzz, 언급)의 69%가 긍정적이었다. 중립적인 버즈 비중은 24%, 부정적인 언급은 7%에 그쳤다.
정상회담 기간 수천명의 외신 기자들과 보안 관련 인력이 싱가포르를 방문하면서 짭짤한 가외 수입도 생겼다. 니안 폴리텍대학의 마이클 치 암 부교수는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에 “기자들과 보안·경호 관련 인력은 대략 4,000명에 달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600 싱가포르달러(약 48만원)를 썼다. 이 비용만 해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상회담에 따른 불편 때문에 싱가포르 방문을 취소하거나 미룬 사례는 경제효과 산정 시 차감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포르 폴리테크닉의 소비마케팅 강사인 루카스 톡은 “정상회담 때문에 싱가포르를 멀리한 사람들도 있다. 특히 회담장인 센토사 섬과 정상 숙소 인근인 오차드 등의 보안경비 강화로 관광객과 쇼핑객 등의 움직임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서울보다 면적이 조금 큰 동남아시아의 섬나라 싱가포르를 세계인에게 각인시킨 결정적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구글에서 싱가포르의 위치를 묻는 검색어 사용이 대폭 늘었다.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SIIA)의 안보담당 이사인 니컬러스 팽은 “싱가포르와 같은 작은 나라가 전 세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는 것은 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이익은 국제무대에서 싱가포르 회사들과 개인들이 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