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선 7기 지방자치단체장 비전포럼’에서는 지난 6·13 지방선거로 선출된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시간 끌기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지체되는 데 대한 불만인 셈이다.
이날은 행정안전부가 일종의 ‘지자체장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진행한 사흘간의 비전포럼 첫날이었다. 오는 7월부터 시작되는 업무 준비로 바쁜 가운데 전국 226곳 기초 지자체 가운데 167명의 지자체장 당선자가 참석했다. 행사 참가신청은 178명이 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이날 중앙정부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차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강연하고 지자체장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어 28·29일에는 기획재정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국토교통부 차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참석한 기초 지자체장들은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권한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고 짚었다. 박우량 전남 신안군수 당선자는 “안건마다 중앙정부를 설득하는 데 지자체의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인허가권 기준을 공개해 지자체의 재량권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황숙주 전북 순창군수(3선)는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말하는 데 (박근혜 전 정부의) 창조경제만큼 이해가 안 된다”고 일침을 놓았다.
지방분권을 강화할 개헌이 무산된 데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장욱현 경북 영주시장(재선)은 “중앙부처에 있다가 지금 지자체에서 일하고 있는데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하던 것에 얽매여 있다”며 “개헌이 안 되는 상태에서 중앙과 지방의 갈등을 해소할 시간표가 있나”고 촉구했다.
이렇게 지자체장의 쓴소리가 이어진 데 대해 행안부는 일자리 창출, 저출산·고령화 대응, 자치분권·균형발전 등에 대해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중앙과 지방이 함께 고민하고 소통하며 실마리를 풀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축하메시지를 통해 “당선자 여러분의 헌신과 중앙정부의 의지가 합해지면 아무리 높은 벽도 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개헌은 성사되지 못했지만 지방분권의 정신과 취지는 살리고 필요한 법과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장관 역시 “청년실업, 저출산·고령화 등 어느 하나 중앙정부가 고함치고 따라오라고만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대한민국은 중앙과 지방이 함께 끌고 가는 거대한 선단”이라고 ‘동업자 의식’을 강조했다.
비전포럼은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때는 하루 행사에 65명이 참석했다. /평창=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