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이 자체 브랜드로 첫선을 보이는 최고급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가 ‘남대문 사채’에 발목이 잡혔다. 시행사의 우발채무에 AK타워 매각 작업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매각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장기 임대를 통해 호텔을 운영할 예정인 신세계가 결국 사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5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회현동 AK타워 개발사인 AK C&C는 우선협상 대상자인 노무라이화자산운용과 다음달 초 AK타워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5,100억원 전후로 주관사는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가 맡고 있다. 하지만 앞서 두 차례나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소유권 이전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전 인수 후보였던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4,000억원 중후반대에 인수를 추진하다 중간에 인수를 철회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행사인 AK C&C가 건물 개발에 따른 3,000억원대 채무 외에도 사채 등 우발채무가 발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건물을 매각하더라도 채무를 다 상환할 수 없어 채권자들의 반대로 매각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이화자산이 인수가를 5,000억원대로 올린 것도 우발채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K타워는 오피스 A동과 식음료(F&B) 매장을 갖춘 호텔 B동으로 이뤄졌다. 노무라이화는 호텔 B동을 신세계가 20년간 마스터리스한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베팅했다. 다만 인수 가격이 예상보다 높고 각종 추가 비용에 수익률은 기대보다 낮을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풍요롭던 파리의 황금기인 벨에포크를 콘셉트로 한 최고급 부티크 호텔을 7월 열 예정이다. 투자 금액만 해도 수십억원이다. 하지만 건물 매각과 관련해 각종 불확실성으로 이미지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AK타워 지하 상업시설은 신세계의 호텔 콘셉트와 관계없이 소유주가 자유롭게 꾸밀 수 있다. 중저가형 웨딩홀처럼 수익은 좋지만 최고급 부티크 호텔과 맞지 않는 시설이 들어서면 신세계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향후 우선협상대상자와의 매각 작업이 또 깨지면 AK타워 소유권은 부실채권(NPL) 방식으로 처분될 수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레스케이프는 최고가 스위트룸이 1박에 8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럭셔리를 지향하지만 건물 매각 리스크가 커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미지 악화를 우려해 신세계가 직접 해당 건물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AK타워 개발사인 AK C&C관계자는 “노무라이화자산과의 계약은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각종 채무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강도원·임세원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