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가 사실상 국회의원의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도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야당에선 “국회 특활비를 아예 폐지해버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국회 특활비가 사실상 국회의원의 쌈짓돈처럼 쓰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참여연대는 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지출결의서 1,296건을 분석한 결과 “특활비 취지에 전혀 맞지 않게 각종 항목을 만들어 제2의 월급처럼 특활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활비는 국가 기밀을 요하는 업무나 정보 수사가 필요할 때마다 지급되는 돈으로 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눈먼 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회는 교섭단체대표·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 등에게 실제 특수활동 수행 여부와 무관하게 매달 특활비를 지급했다. 교섭단체대표는 월 4,000만~6,000만여원, 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은 월 600만원을 받았다. 법사위는 매달 1,000만원을 받아 간사·위원 및 수석전문위원들과 나눠 가졌다. 예결특위·윤리특위 등 상설특별위원회는 회의가 없는 시기에도 특활비를 꼬박꼬박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행(급여성 경비)은 59억원의 특활비를 수령했지만 해당 통장에서 누가 인출했고 인출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오리무중이다.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길에 나설 때마다 5만~6만 달러 정도의 국회 특활비를 받아썼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박희태·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정의화 부의장(의장 직무대행)이 해외 순방을 하며 지출한 특활비는 총 61만2,000달러로 우리 돈으로 7억여 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동안 특활비를 가장 많이 타간 의장은 5차례에 걸쳐 3억 원을 넘게 받은 박 전 의장이다. 한꺼번에 최고 금액을 타간 사람도 박 전 의장이다. 지난 2011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을 방문하는 경비로 7,400만 원을 사용했다.
이에 국회에선 여야할 것 없이 특활비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당은 일단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해본 뒤 특활비 폐지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에 ‘제도개선소위’를 만들어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도개선 소위원회를 만들어 특활비가 필요한지, 더 투명하게 제도화할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투명하게 제도화할 분야가 있다면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타당한 이유가 없다면 폐기할 텐데 다 열어놓고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국회 특활비 폐지’를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회 특활비 폐지를 당론으로 내걸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활비라는 우산 아래 국회의원들이 보호받고 특권을 누려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특활비를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 대표는 “국회 특활비는 구체적 내역에 대한 심사 없이 총액이 편성되고, 지출 증빙도 생략되면서 예산 편성부터 집행까지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국회가 기밀유지가 필요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특수활동비는 감액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