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주(衣食住)가 맞을까, 식의주(食衣住)가 맞을까. 동양과 서양 문화를 ‘편가를(?)’ 때 주로 등장하는 이 질문에는 예의와 격식을 중요시해 먹는 것보다는 입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존을 위해서는 일단 배부터 채워야 한다는 동서양 각자의 설명이 뒤따르곤 한다. 옷이 먼저인지, 밥이 먼저인지는 몰라도 결국 지구인의 관심은 머무르는 곳으로 이동한다.
‘의’ ‘식’을 거쳐 ‘주’의 시대가 본격 도래했다. 머무는 공간과 관련된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양태도 다양해 과거 자산가의 전유물이었던 인테리어 시장에 경제력이 낮은 싱글족까지 침투했다. 또 심미안이 강조되던 트렌드에서 집안의 기구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에너지 효율과 보안성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스마트홈이 태동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0조5,414억원 수준이던 리모델링 시장은 2017년 16조5,706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20년께는 2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상업용 공간 인테리어와 최근 들어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테리어용 전자가전 등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여서 실제 인테리어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공간 비즈니스가 이처럼 강한 탄성의 성장세를 보이는 배경에는 다양한 근거가 제시된다.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삶의 질 선호 △노후주택 증가 및 부동산 규제로 인한 개보수 수요 △이케아 등 글로벌 인테리어 기업의 한국 진출 및 건자재·가구 기업들의 시장진입 등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공간 비즈니스를 ‘인테리어’라는 올드한 전문용어로 규정짓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건물의 외장을 꾸미는 엑스테리어의 반대 말인 인테리어는 내장을 개선하는 일을 포괄하지만 공간 비즈니스가 단순히 새 가구를 들이고, 창호를 교체하고, 부엌을 뜯어고치는 일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작은 생활소품 하나만으로 공간을 탈바꿈시키는 ‘홈퍼니싱’, 노후주택이나 아파트의 특정 공간을 새것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전문가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시공하는 ‘DIY(Do It Yourself)’, 수도·전기 등 에너지 소비장치와 보안기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하는 ‘스마트홈’ 등으로 공간 비즈니스의 면면이 다채로워지고 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면 기업들이 움직이고 시장을 만들고 키운다. 한샘처럼 단순 가구만 판매하던 가구사와 ‘기업 간 거래(B2B)’ 속성이 강한 LG하우시스, KCC 등의 건자재 기업, 레미콘이 주력인 유진기업이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시공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격적 행보는 소비자들의 인테리어 잠재수요와 맞물리면서 인테리어 산업의 총 파이를 키우고 있다.
다만 공간 비즈니스, 특히 협의의 인테리어 산업은 특유의 가격 불투명성이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시공인력에 대한 인건비용과 쓰이는 자재의 가격구조가 낯설 수밖에 없는 시공 분야는 아직도 불완전판매와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이 틈새를 노린 스타트업의 출현은 이 시대 공간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또 다른 키워드다. 집닥·인스타워즈 등은 소비자들 사이에 잠재된 공간수요와 전국 시공업체를 연결하는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비교·투명견적 서비스와 AS 보장을 앞세워 국내 인테리어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 수준의 향상과 주거환경의 변화로 신축주택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더딘 상황에서 그에 맞는 주거환경을 만들 수 있는 대안이 인테리어”라며 “건자재 업체들을 중심으로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사업방식이 태동하면서 국내 인테리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