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이슈

[수요미식회] 인생의 높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 높이와 같다

수요미식회(美識會)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美) 지식(識)은 자신을 드러내는 글 속에 있다’


이를 깨달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생각과 인생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젊을 때 고생을 사서 하는 것에 대해 굳이 찬성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해야 하겠지만 굳이 안 해도 되는 고생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필자는 꽤 많은 고생을 사서 했다.

대표적인 것이 히말라야 등반이다. 물론 이 경험이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한동안은 웬만한 육체적, 정신적인 고통은 별스럽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해낼 수 있는 것의 범위가 그 전과 확연히 차이가 났다.


사람들이 시선도 달라졌다. 산악인들 사이에서 8,000m급 봉우리는 굉장히 의미가 있다. 그 의미 있는 곳에 다녀온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큰 고난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른 사람’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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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스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 등반이었다. 등반을 하는 동안의 필자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정상에 가는 것에 성공은 했지만 과정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함께 오른 팀원들과 불화가 있었고, 몸 관리에도 실패해 동상에 걸렸다.

8000m의 높이에서 보고 느낀 것은 새하얀 설원뿐이다. 신의 영역에 속한 봉우리에 내가 발을 올렸다는 가슴 벅찬 감동이나 성취감은 없었다. 현수막을 들고 인증샷을 찍기에 바빴다. 할 일이 끝났으니 일초라도 빨리 이곳을 벗어나 내려가서 평화로운 곳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결과가 뚜렷한 성공이더라도 과정이 형편없다면 그것은 실패와 같다. 똑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마음가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인생의 높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와 같다. 필자는 굉장한 곳에 갔지만 그곳을 오롯이 보고 느낄 여유가 없었다. 한동안 허무함에 빠져 있을 정도로 별거 아닌 것에 목숨을 건 의미 없는 행동을 했다는 큰 아쉬움이 남았다.

높은 곳이 항상 더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더 많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경험보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것에 관심을 두고 보는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려고 하는지,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있는지, 많은 것을 볼 준비가 되어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높은 곳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확률은 높다. 하지만 높이는 많은 것들 중의 한 가지 조건일 뿐이다. 우리는 그전에 준비를 해야 한다. 보고 싶은 것에 대한 관심과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보일 때 그것까지 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아무리 높은 곳에 가본들 마음이 닫혀 있다면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마음을 열고, 여유를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책 쓰기로 인생을 바꾸는 사람들(책인사), 작가 은성훈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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