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조직은 효율적일까? 남성 또는 여성들만으로 이뤄지거나 연배가 비슷한 또래들이 함께 일하면 더 나은 성과를 낼까? 얼핏 생각하면 이견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의사결정도 빠르고 잡음 없이 신속하게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각자 개성이 강하고 살아온 배경이나 성별·연령 등이 다양한 사람들은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회의를 해도 시간이 더 걸리고 인사정책도 복잡 다양해지며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아 이에 따른 ‘비용’도 증가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비용 변수는 다양성을 통제하고 억압함으로 인해 벌어지는 조직의 흥망 변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나치즘·파시즘처럼 하나의 이념을 강요했던 전체주의 국가들은 한때 빠르게 성장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인륜적 모습을 보이며 패망했다.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제했던 기업들 역시 시대 변화나 잠재적 리스크를 간파하지 못하고 획일적 사고에 사로잡혀 큰 위기를 맞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예가 많다. 소신 있는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직된 조직은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스스로의 덫에 걸리는 우를 범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기업들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표로 만들어 높은 점수를 받는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성과가 더 나은지 연구하고 검증하는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생물학적으로 이종교배를 통해 종자를 더 강하게 하고 유전병을 없애 농작물 수확을 늘릴 수 있는 이치와 비슷해 보인다.
필자가 근무하는 SC제일은행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 and Inclusion)’을 중요한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영업하면서 성별은 물론 국적·인종·언어 등 어느 것에도 차별받지 않고 능력을 발휘하도록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수렴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 성과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경영진의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SC제일은행 임직원들은 다른 은행에 비해 경력이 다양한 편이다. 금융업이 아닌 다른 업계 출신들도 많고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과 일하다 보면 놓칠 뻔했던 좋은 기회를 포착하거나 보이지 않던 위험을 발견해 피해 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것이 정치이념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은 없겠지만 견디고 나면 더 뿌리를 잘 내리고 튼튼히 자라 풍성한 과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성은 결코 비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