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발언대] 소상공인 문제 근본원인부터 찾아야...

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냉면 한 그릇 주세요.” 주문을 했지만 15분이면 나올 냉면이 소식이 없다. “주방장이 안 나와서 미안합니다.” 30분 만에 냉면을 내오며 사장이 직접 사과를 했다. 사장은 얼마 전부터 주방장이 나오지 않아 직접 주방장을 겸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적자인데 곧 임대료를 5% 올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저 시급이 1만원이 되면 직원 4명의 월급을 도합 140만∼150만원을 올려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자 폐업까지 결정했다. 소상공인들은 여러 문제와 싸워야 한다. 과도한 업종 경쟁에 치솟는 인건비와 임대료. 여기에 경기악화까지 더해진다.


정치권은 소상공인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역량이 있을까. 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자 중에서 중소상공인의 몫은 실망스럽게도 전혀 없다. 노동계의 몫조차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15명 중 12번 이용득(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7명 중 2번 임이자(노동운동가), 3번 문진국(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에 그친다. 문재인 정권 출범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자영업 비서관 임명을 앞두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소상공인지원단, 이명박 대통령 시절 중소기업 비서관, 현 정부 중소벤처비서관 신설 등의 연장선이지만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이나 청와대 비서관 자리 하나를 만드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문제의 근본원인부터 제대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소상공인들의 불만을 대기업·건물주들의 부도덕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기업 정책과 임대료 정책, 소상공인 정책은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기업 일자리와 창업·임대료 등의 문제는 인과관계가 분명하다. 지난해 폐업자가 90만8,076명으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폐업자 수 65만명보다 많다.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의 신분에서 이탈한 ‘생계형 창업’으로 자영업자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기업과 소상공인 간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되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해 기업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곧 소상공인 대책인 것이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소상공인 문제를 개헌과 21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둔 표심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다. 소상공인 문제는 창업 정책에서부터 부동산문제·양극화·기업정책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경제 문제 자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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