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가치 재정립’에 속도를 낼 계획인 가운데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박정희 국가주의 모델’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던 만큼 당 가치 발표에도 이를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지난 3일 비대위 산하 4개의 소위원회와 1개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좌표·가치 재정립 소위’가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직후 이념 투쟁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적청산보다 가치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이를 통해 당 쇄신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다. 재정립된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의원들은 인적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가치소위에는 당 정책 싱크탱크의 수장인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이 참여한다. 한국정책학회 연구부회장을 지낸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합류하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는 가치소위가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에 따라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냈던 만큼 김 위원장이 좌클릭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초선의원은 “의원들 다수는 일단 김 위원장 행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좌클릭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계와 보수성향이 짙은 의원들이 김 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를 보고 다시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심해져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를 제시할 경우 계파 갈등은 일단락되는 것은 물론 보수진영의 결집도 이끌어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던 김 위원장이 박정희 국가주의 모델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일부에서는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제 뜻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있어 다시 한 번 그 뜻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당은 선거 패배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에 연구 의뢰를 맡겼다. 또 여성과 청년에 열린 정당으로 태어나기 위해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에 여성·청년 사회정책연구와 실천방안을 공도 의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