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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본 '계절 곤충'] 14초간 운 귀뚜라미는 기온을 알고 있다

<'가을의 전령' 귀뚜라미>

"울음 횟수에 40 더하면 화씨온도"

美물리학자 아모스 돌베어가 밝혀

쌍별귀뚜라미 최근 식용으로 주목

지방간 예방·장내 유익균도 늘려

<'무더위 상징' 매미>

지구온난화에 동남아 '말매미' 늘어

시골보다 '열섬' 도심서 더 맴맴~

날개 5000분의1㎜ 미세돌기는

세균 세포막 파괴 '항균작용'도

한바탕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지난간 29일 나무에 여전히 한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고광본선임기자한바탕 비바람이 휘몰아치고 지난간 29일 나무에 여전히 한 매미 허물이 붙어 있다. /고광본선임기자



‘찌르르르 찌르르르….’ 서울에 한바탕 비가 쏟아진 다음날인 29일 새벽 창문을 여니 어느새 ‘가을의 전령’인 귀뚜라미가 노래를 한다. 조상들은 귀뚜라미를 촉직(促織·베짜기를 재촉함)이라며 ‘귀뚜라미가 울면 게으른 아낙이 놀란다’고 했다. 야행성인 귀뚜라미와 달리 낮에는 ‘무더위의 상징’인 매미가 조금은 ‘나도 여기 있소’라고 마지막 존재감을 과시한다.

우리나라는 ‘한(恨)의 문화’가 있어 예부터 귀뚜라미나 매미는 물론 새나 닭, 개구리, 고양이, 뻐꾸기, 심지어 늑대나 여우 등 맹수도 ‘운다’고 했다. ‘The bird is singing(새가 노래한다)’이라고 한 서양 정서와 대조적이다.


하지만 사실 각자 소통 수단이지 우는 게 아니다. 귀뚜라미와 매미 등 곤충은 주로 수컷이 짝짓기를 위해 큰 소리로 구애한다. 소리도 종마다 각양각색이다.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될 수도 있지만 자손을 남기는 게 절실해 절절한 소리를 내니 ‘운다’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귀뚜라미는 수컷이 두 날개를 비벼 마찰음을 내 암컷을 유혹한다. 수컷의 오른쪽 앞날개 밑면에는 까칠까칠한 줄처럼 생긴 날개맥이 있고 왼쪽 앞날개 윗면에는 발톱처럼 생긴 돌기가 있다. 일부 귀뚜라미는 소리를 증폭하기 위해 나뭇잎 등을 울림판으로 활용한다. 나뭇잎에 타원형으로 구멍을 내 앞날개를 구멍에 밀착시켜 비비면 날개 진동이 잎사귀에서 증폭돼 소리가 4배까지 커진다.

왕귀뚜라미 암컷. 귀뚜라미는 나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매미와 달리 야행성이라 어두컴컴한 곳을 좋아해 매미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출처=나무위키왕귀뚜라미 암컷. 귀뚜라미는 나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매미와 달리 야행성이라 어두컴컴한 곳을 좋아해 매미처럼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출처=나무위키


변온동물인 귀뚜라미는 기온에 맞춰 소리를 내는데 14초간 긴꼬리 귀뚜라미의 소리 횟수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나온다. 1897년 미국 물리학자 아모스 돌베어가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만약 화씨 76도라면 32를 뺀 뒤 1.8로 나누면 통상 귀뚜라미가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는 섭씨 24도가 된다.


야행성인 귀뚜라미는 산란관을 땅속에 꽂고 산란하면 알 상태로 땅속에서 지내다 부화한다. 요즘은 식용으로 쓰기 위해 사육을 많이 한다. 쌍별귀뚜라미의 경우 촉촉한 플로랄폼에 산란관을 꽂고 알을 낳으면 온도가 높은 곳에서 1주일 만에 부화해 45일이면 알을 낳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먹이가 부족하거나 공간이 너무 좁으면 서로 잡아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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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별귀뚜라미 추출물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잡는다는 최근 연구도 나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채성욱 박사팀이 실험용 쥐에 쌍별귀뚜라미·굼벵이·벼메뚜기의 추출물을 각각 투여해 14주간 관찰한 결과 곤충 추출물을 투여한 모든 실험군에서 혈청의 총콜레스테롤·중성지방·혈당량·체중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귀뚜라미를 먹으면 장내 유익한 세균이 대폭 늘어난다는 최근 연구도 있다. 발레리 스툴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박사과정생 등이 18∼48세 남녀 20명에게 귀뚜라미 분말 25g이 든 머핀과 셰이크를 아침식사용으로 6주간 시험한 결과다.

수정)매미와 귀뚜라미 개요


매미 소리도 사랑의 세레나데다. 수컷이 몸통의 얇은 막을 떨어 암컷에게 구애하는 소리를 낸다. 우렁찬 소리를 낼수록 암컷이 매력을 느끼니 경쟁적으로 큰 소리를 낸다. 다양한 종류의 매미마다 소리나 음의 높낮이·주파수가 다른데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합창한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도심 열섬현상이 심화되고 야간조명으로 열대야에도 매미가 떠들어댔다. 하지만 올해 여름 휴가차 고향(고창)을 갔을 때 매미 소리를 거의 듣지 못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동남아가 원산지인 말매미가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되면서 시골보다는 도시의 기온이 더 높아 말매미가 악다구니를 쓴 결과로 추측된다.

매미는 4~7년을 땅속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길어야 한 달 만에 생을 마친다. 나무를 기어올라가 허물을 벗고 짧은 불꽃 열정을 내뿜는 것이다. 선현은 매미를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와 욕심에 물들지 않고 생을 마감하는 선비와 같다고 평했다. 왕조시대에는 매미의 덕과 투명한 날개처럼 선정을 펼치라는 뜻으로 임금님의 모자 꼭대기에 매미 날개(익선관·翼善冠)를 달았다.

매미는 날개에 있는 직경 5,000분의1㎜ 돌기가 세균의 세포막을 파괴해 ‘항균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토 다케시 간사이대 교수팀이 말매미의 날개 표면처럼 극히 가느다란 돌기가 규칙적으로 돋아 있는 시트에 대장균이 포함된 액체를 붓고 10~20분 지나자 세균이 죽는 것을 확인했다. 이토 교수는 “극히 가는 특수한 돌기 구조가 균 세포의 막을 파괴한 것으로 보인다”며 “항균작용이 있는 천연 의료용품이나 주방용품을 만들 게 되면 큰 메리트”라고 28일 NHK에서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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