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해 임기 초반 대북 선제공격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는 등 주요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들이 책으로 발간돼 화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진과 행정부 각료들을 향해서도 욕설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다는 비화까지 폭로되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또 한 번 정치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의 사본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반도 내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해 “정부가 왜 이 지역에 막대한 재원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중요성을 묵살했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이것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을 떠난 뒤에 동료들에게 “대통령은 5~6학년처럼 행동했고 그 정도의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격분했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뒤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공격에 대한 플랜을 요청해 ‘전투 베테랑’인 그를 당황하게 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시도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비화도 소개됐다.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정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하는 내용에 서명하려고 했던 서한을 대통령의 책상에서 ‘몰래 빼내 도망쳤다’는 것이다. 콘 전 위원장은 훗날 동료들에게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서한을 치웠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회고했다고 서술했다.
한반도 문제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이 어떻게 갈등을 빚었는지에 관한 일화도 자세히 밝혔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존 켈리 비서실장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멍청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납득시키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그는 궤도를 이탈했다. 우리는 ‘미친 도시(crazytown)’ 안에 있다. 나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비서실장직)은 내가 일찍이 해본 일 중 최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전 비서관에게 상관인 프리버스 전 실장을 무시하라고 명령하면서 “프리버스는 쥐새끼 같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NSC 보좌관에 대해서는 가슴을 부풀리고 호흡을 과장하는 버릇을 뒤에서 흉내 내며 비웃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을 비롯한 워싱턴 정가는 우드워드의 주장에 대해 “날조된 이야기”라고 반박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인용된 내용은 사기와 대중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타이밍에 주목한 건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은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간 주류 언론이나 마이클 울프의 책, 오마로자의 회고록 등에 등장한 모습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며 이 같은 일관성은 이야기들이 사실인 것을 증명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