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막막한 이주 노동자의 현실...한국 사회 민낯이 여기에

10주년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

파주 특별무대서 13일 개막식

개막작 '안녕, 미누' 등 144편 상영

건축가 승효상 등 명사가 다큐 소개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인 지혜원 감독의 ‘안녕, 미누’ /사진제공=DMZ국제다큐영화제 조직위원회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인 지혜원 감독의 ‘안녕, 미누’ /사진제공=DMZ국제다큐영화제 조직위원회



“사공의 뱃노래 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깊이 스며드는데 부두의 새악씨 아롱 젖은 옷자락 이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설움.”

영화는 구성진 한 남자의 노래 소리로 시작한다. 카메라가 비춘 남자의 얼굴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한국인과는 다른 외모를 지닌 네팔인 미누다. ‘엄마와 클라리넷’ ‘앵그리버드와 노래를’ 등으로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지혜원 감독의 다큐영화 ‘안녕, 미누’는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던 네팔인 이주노동자 미누는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강제 추방당한다. 18년간 젊은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미누는 고국인 네팔의 풍습이 낯설 정도로 완벽한 한국인이 됐지만 8년만에 한국 땅을 밟으려는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빗장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혜원 감독은 “생김새부터 말투, 사고방식도 한국사람인데 유독 법과 제도만 그를 한국인이 아니라고 한다”며 “반 이민자 정책, 반 이주민 정서가 극심해지는 요즘 이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으면 한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 ‘안녕, 미누’는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비추며 한국사회에서 소수자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하는 영화제의 정신을 고스란히 전한다. 오는 13일부터 8일간 경기도 고양·일산·파주 일대 주요 극장과 김포아트홀, 오두산 통일전망대 임진각 평화누리 캠핑장, 캠프그리브스 등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총 39개국 총144편을 소개한다.

야콥 슈미트 감독의 ‘파란 만장 교사 실습’ /사진제공=DMZ국제다큐영화제 조직위원회야콥 슈미트 감독의 ‘파란 만장 교사 실습’ /사진제공=DMZ국제다큐영화제 조직위원회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다. 영화제가 영화를 매개로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고 소통하는 축제의 장인 만큼 영화제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개막식 장소를 캠프 그리브스에서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 특설무대로 옮겼고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건축가 승효상,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각계각층의 명사 10인이 생애 최고의 다큐를 소개한다. 특히 가족 단위 관객 확대를 위해 독일 예비 교사들의 좌충우돌 실습기를 다룬 ‘파란만장 교사 실습’(야콥 슈미트), 오스트리아 동물 보호소를 소재로 한 ‘울타리 밖의 사람들’(플라비오 마르케티) 등 남녀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확충했다.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도 기대를 모은다. 제3세계 영화 운동사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한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감독인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 시오니즘에 반대하며 영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언해온 이스라엘의 아비 모그라비 감독이 한국을 찾는다. 또 2018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부문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감독 루스 베케르만도 신작 ‘발트하임 왈츠’와 함께 한국 관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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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제 참석을 계획 중이었으나 지난 7월초 세상을 떠난 클로드란츠만 감독의 영화도 특별전으로 소개한다. 유작이 된 ‘네 자매’와 두 번째 북한 방문을 통해 제작한 ‘네이팜’이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또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카롤린느 카펠과 옹블린느 레 감독의 ‘격동의 정글에서’,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수상작 ‘배심원 룰렛’ 등을 비롯, 빔 벤더스 감독의 신작 ‘교황 프란치스코’, ‘프랑스 영화 학교 입시전쟁’으로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다큐멘터리클래식상을 수상했던 클레르 시몽의 신작 ‘미숙한 고독’ 등 거장들의 신작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지원에 앞장서온 영화제로선 올해가 특히 앞선 지원의 결실을 맺는 해다. 일제 광산 징용자들을 위로하는 신나리 감독의 ‘녹’이 국제경쟁에 진출했고 유실된 지뢰 피해자들의 아픔을 그린 김영조 감독의 ‘펀치볼’은 DMZ비전, 철거로 곧 사라질 공간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박소현 감독의 ‘물의 도시’가 한국경쟁에서 상영한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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