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법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해 이르면 연내 카카오뱅크·케이뱅크에 이은 제3 인터넷은행의 출범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 시행령이 자본력을 갖춘 대형 플레이어의 진입을 사실상 원천 금지해놓은 데다 대기업 대상 대출을 금지하는 등 신용공여 범위도 제한해 은행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메기’가 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무위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20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은산분리 완화를 통한 금융 혁신을 요청한 지 약 40일 만에 1호 혁신 결과물이 나온 셈이다. 금융당국은 법이 통과되면 오는 10월까지 은행산업에 대한 경쟁도를 평가한 후 결과를 바탕으로 제3 인터넷은행 설립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규제개혁 취지와는 달리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눈치를 보다가 오히려 진입 문턱만 지나치게 높이면서 기대했던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특례법에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본)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최대 34%까지 가질 수 있도록 허용하되 개인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제외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포스코·KT처럼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대다수 대기업이 이 제한에 걸려 인터넷은행 사업에 뛰어들 수 없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신사업을 구상해온 SK텔레콤도 원칙적으로 인터넷은행 지분 참여가 불가능하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대주주의 증가가 필요한데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놓다 보니 또 다른 ‘가두리 양식’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회는 이 같은 비판을 감안해 일단 퇴로를 열어놓았다. 개인 총수가 있는 대기업이라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자산 비중이 50% 이상이면 예외적으로 지분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을 시행령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의 주주인 카카오가 향후 자산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에 걸리더라도 은행 지분을 토해내는 일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잠재적인 인터넷은행 사업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네이버도 이 조항의 수혜를 받는다. SK텔레콤 역시 ICT 자산을 어떻게 인정받느냐에 따라 향후 참여 가능 여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SK텔레콤이나 삼성SDS 같은 대기업이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할 경우 시민단체 등의 특혜논란 주장을 무릅쓰고 금융당국이 규정대로 쉽게 승인을 내줄지는 의문이다. 결국 시행령을 가장 보수적으로 해석해 결국에는 새로운 거대 ICT 자본의 진입이 막힐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만약 ICT 자산 비중이 높은 삼성SDS 같은 곳이 인터넷은행 신청을 해 오면 정부가 이를 받아주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며 “결국 정부 의중에 따라 자의적 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법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NH농협은행 등이 인터넷은행 참여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은행의 계열은행으로 인터넷은행이 생겨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대기업 신용공여를 금지한 것도 반쪽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을 활용한 영업이 불가능해져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에 자극을 줄 ‘메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