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27일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에는 삼성그룹의 노조와해 전략이 매우 은밀하면서도 교묘한 형태로 실행됐다는 평가가 담겨 있다.
노무컨설팅 업체인 ‘노무법인 창조(창조컨설팅)’의 노조 대응 전략이 노출했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했다는 취지다.
창조컨설팅은 노사분규 사업장에 ‘노조 파괴’ 컨설팅을 제공해 노조 활동가 사이에서 악명을 떨친 노무법인이다. 유성기업 등에 직장폐쇄나 어용노조 동원 등 ‘노조 무너뜨리기’ 전략을 조언한 사실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드러나 이후 노무법인 인가가 취소되기도 했다.
검찰은 창조컨설팅의 수법이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당시 이미 세간에 알려진 만큼 삼성은 더욱 은밀한 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2013년 작성한 노사전략 문건에는 창조컨설팅의 내부자 고발 사태를 언급하면서 노조설립 저지를 시도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언론·노동계의 공격, 정치 이슈화 등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조 대응 전략을 기획하는 과정은 매우 은밀하고 폐쇄적이어야 한다는 게 삼성의 판단이었다. 이에 따른 전략은 외부 컨설팅이 아닌 ‘인하우스’(기업 내부) 컨설팅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은 외부 컨설팅 업체를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컨설팅 출신 노무사를 채용하거나 자체 전문인력을 양성해 그룹 차원에서 (노조와해) 전문가들을 육성했다”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선 외부의 도움과 자문을 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이 이뤄졌다.
노동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출신인 노사관계 전문가 송모씨와 계약을 맺고 일명 ‘소진(Burn-Out)전략’을 자문받은 게 대표적 예다. 송씨는 2014년부터 4년간 자문료로 무려 13억원을 챙겼다.
송씨는 고용승계 없는 기획폐업을 제안하고 각종 노조대응 회의를 주도하는 등 노조와해 전략 전반에 걸쳐 주도적인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본다.
협력업체의 단체교섭을 위임받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협상 지연 전략이 동원되기도 했다.
경총은 노조설립 초기인 2013년 7월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협력업체) 사장들을 콘도에 불러 모아 단체교섭 역할극 교육을 하기까지 했다. 역할극에서 경총 직원들은 노조원 차림을 하고 나와 책상을 발로 차고 사장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을 연출했다.
경찰청 정보국 소속 간부가 사측을 대변하는 비밀 협상 대리인으로 활동한 정황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검찰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염호석씨의 장례가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지 않게 된 과정에 경찰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의 전방위적인 노조와해 공작은 그룹 초기부터 이어진 ‘무노조 경영’을 관철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검찰은 결론 냈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2013년 노사전략 문건은 “외부 환경이 바뀌고 어떤 악성노조 바이러스가 침투하더라도 임직원이 흔들림 없도록 비(非)노조 DNA를 확실하게 체화시켜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헌법상 권리가 보장된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보고 발본색원할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다만 검찰은 미래전략실의 이런 전략 수립에 총수 일가가 관여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전략을 수립해 삼성전자서비스에 전달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 과정에 오너 일가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발견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합법, 타협, 양보의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돼 수사기관이나 제3의 공권력이 문제 해결을 시도할 필요가 없게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외에 에버랜드 등 다른 삼성 계열사로 노조와해 의혹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과거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 과정에서 불법파견을 은폐하고 봐주기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