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경제단체들을 잇따라 방문해 주 52시간 근로제를 업종별로 유연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앞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업종별로 연장하는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저임금 차등화 추진과 관련해서는 이 장관이 말을 아껴 경제계와 정부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5일 이 장관과 상견례를 마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사업을 못할 곳도 많아 획일적으로 (추진) 하기보다는 유연성을 둬 업종 사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며 “그런 논리에 대해서 (이 장관도)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셨다”고 말했다.
52시간 근로제가 지난 7월부터 시행되면서 재계를 중심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현행 2주 또는 3개월에서 3개월~1년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기간 내 특정 근로일의 업무 시간을 연장하는 대신 다른 근로일의 시간을 줄여 주 평균 시간을 52시간 내로 맞추는 제도를 의미한다. 특히 조선 등 제조업종은 특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의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장관도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과거에는 장시간 노동이 가능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도의 활용도가 매우 낮았으나 많은 기업에서 52시간 상한제도를 도입하는 등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화·조선 등 일부 업종의 단위기간 확대 문제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제도개선 방안 마련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제단체 측은 이 장관에게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에 대해 우려를 표했지만 그는 업종별·지역별 차등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손 회장은 “너무 빠르게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우리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전달했다”며 “하지만 정치적 측면이 있어 차등화 방안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이 장관에게 “기업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변재현·김우보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