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10대 그룹 내부거래 증가

10대 재벌 1년새 약 20조 급증…총수2세 지분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

내부거래 금액은 SK, 비중은 셀트리온 최고…‘사각지대’ 내부거래 24조 넘어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신봉삼 기업집단국장이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가 지난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 2세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공개했다. 올해 5월 1일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60개 집단 소속 계열사 1,779개의 작년 한 해 내부거래 현황이 공개됐다. 작년까지는 자산 10조원 이상 집단만 공개했지만, 올해부터 자산 5조∼10조원 집단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공시집단의 내부거래 금액은 총 191조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11.9%를 차지한다. 셀트리온(43.3%), 중흥건설(27.4%), SK(26.8%) 순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금액으로 보면 SK가 42조8,000억원, 현대자동차가 31조8,000억원, 삼성이 24조원 순으로 많았다.

셀트리온은 생산과 판매업체 분리에 따른 내부거래가 많았다. 중흥건설은 시행사·시공사 간 내부거래가, SK·현대차·삼성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내부거래가 각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분석 대상에 포함된 집단 27개를 보면 작년 내부거래 비중은 12.8%로 2016년과 비교했을 때 0.6%포인트 증가했다. 금액도 174조3,000억원으로 21조8,000억원 늘었다.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증가한 집단은 현대중공업, SK, OCI 순이다. 증가액으로 봤을 때는 SK가 13조4,000억원), LG가 3조4,000억원, 삼성이 2조9,000억원 순이었다.

특히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기업(삼성·현대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신세계·두산)은 작년 내부거래 비중이 13.7%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올랐고, 금액도 142조원으로 19조7,000억원 증가했다.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더 큰 비율로 증가한 셈이다.

공정위는 작년 총수일가의 지분이 높을수록, 특히 총수 2세의 지분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100%인 곳의 내부거래 비중은 28.5%에 불과했지만 총수2세의 지분율이 100%인 곳은 내부거래 비중이 2배에 가까운 44.4%에 달했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지분율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 194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작년 14.1%로, 여전히 전체 계열사 평균(11.9%)보다 높으며 금액은 13조4,000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작년과 올해 연속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된 회사 70개의 내부거래 비중과 금액은 모두 전년보다 0.7%포인트, 9,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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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총수가 있는 10대 집단에 속한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26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21.1%에 달했다. 10대 미만 집단(6.6%)의 3배를 넘는 수치다. 거래 규모도 6조4,000억원으로 10대 미만 집단(1조4,000억원)의 약 5배를 기록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사각지대란 규제 대상 회사의 자회사(202개)나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27개),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의 자회사(91개) 등 현행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회사들의 경우를 뜻한다.

사각지대 회사 320개의 작년 내부거래 비중은 11.7%였고, 내부거래금액은 24조6,000억원이다. 금액으로 보면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13조4,000억원)보다 1.8배 많았다. 총수일가 지분율 20∼30% 구간 상장사 27개의 내부거래 비중은 7조5,000억원이다. 규제 대상인 같은 지분율 비상장사(1,800억원)의 무려 42배에 달한 것이다.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의 자회사 202개의 내부거래비중은 15.3%로 역시 높았다. 내부거래 규모도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 전체의 95.5% 수준에 해당하는 12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익편취규제 대상회사와 사각지대 회사 모두 내부거래의 약 90%를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각지대 회사 업종은 사업시설 유지관리, 사업지원 서비스, 시스템통합(SI) 등 규제대상회사와 유사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 규제대상 총수일가 지분율을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자회사까지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공정위는 내달 지주회사 현황과 지배구조 현황, 12월 채무보증 현황 등 대기업집단 현황 정보를 추가로 시장에 제공한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 있는 상위 10대 집단의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크게 증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사각지대에서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 사익편취, 중소기업 경쟁기반 훼손 등 우려가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 국장은 “수직계열화에 따른 효율성을 위한 내부거래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하지만 총수일가 지분을 가진 SI 업종 등을 통해 전 계열사의 물량을 받아 거래하는 행위는 수직계열화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이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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