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북한 내에 미신고된 것으로 추정되는 20곳의 미사일 기지 중 최소 13곳이 확인됐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CSIS는 보고서에서 북미 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이들 기지 몇몇에서는 유지·보수 및 사소한 인프라 개선 등의 활동이 관측됐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CSIS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북한이 16곳의 비밀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상업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다며, 비밀 미사일 기지 숫자에서 차이를 보였다고 전했다.
CSIS는 이들 중 하나로 과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일대의 미사일 기지가 현재 운영 중이며 상당히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기지가 주변에 60피트(약 18m) 높이의 둔덕과 폭 20피트(약 6m)의 밖 여닫이문 2개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는 공습으로부터 갱도 입구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7개의 긴 터널이 있고 여기에 최대 18대의 미사일 이동용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삭간몰 기지는 비무장지대(DMZ) 북방으로 약 50마일 이상 지점에 있으며, 산악의 좁은 계곡 지역에 3스퀘어 마일에 걸쳐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은 CSIS 보고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를 포함한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면 북한과 북한 주민들에게 훨씬 더 밝은 미래가 앞에 놓여있다고 분명히 해왔다”는 원론적 반응만을 보였다.
NYT는 보고서가 CSIS의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 프로그램의 보고서라면서 이 프로그램은 CSIS 빅터 차 한국 석좌가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미사일) 기지들은 동결된 것 같지 않다.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하나의 미사일 실험장을 우리에게 제공하고(보여주고) 다른 몇 개의 시설을 해체하고 대신 평화협정을 얻는’ 나쁜 딜을 수용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모든 사람이 우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곳이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보관 장소로 쓰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으로 최근까지 미국의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있었던 조지프 버뮤데즈 CSIS 연구원은 확인된 미사일 기지는 북한 내 산악지역과 계곡 등지에 산재해있다고 밝혔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을 최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기지에선 어떤 미사일이라도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버뮤데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미사일 운영 기지가 발사시설은 아니다”라면서 “비상시에는 발사할 수도 있지만, 북한 인민군의 절차는 미사일 발사대를 사전에 준비된 발사지로 분산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는 “위성사진은 북한이 큰 속임수(great deception)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주요 (미사일) 발사장의 해체를 제시했지만, 재래식 및 핵탄두 발사를 강화할 수 있는 10여 개 이상의 다른 기지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미사일 기지의 존재는 북한과의 기념비적 외교가 핵, 미사일 프로그램 제거로 이어지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모순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하고 이튿날 트위터에 “더는 북한으로부터 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