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머리 감기를 제일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머리에 물이 닿을 때마다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이 여성은 두 팔과 두 다리엔 붕대를 칭칭 감고, 발에는 두꺼운 수면양말을 10켤레씩이나 겹겹이 신고 있다.
이 여성은 바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통증을 앓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 CRPS 환자다. CRPS는 피부에 옷깃이 살짝 닿기만 해도,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마치 칼이 살을 베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는 무서운 희귀난치질환이다.
CRPS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올 수 있다. 한 20대 여성은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카트에 왼쪽 발꿈치를 부딪혀 CRPS 진단을 받았으며, 체육시간에 공놀이를 하다 넘어져 발병을 한 초등학생도 있다.
일상 속에서 경미한 사고로도 생길 수 있다는 CRPS는 그 부상이 어떻게 극심한 통증으로 이어지는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치료방법도 없어 환자들은 평생 그 고통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런데 CRPS 환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장애 등록이 안 된다는 것.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고통을 받고 있지만 ‘지체 장애에 통증에 의한 장애는 포함하지 아니 한다’는 보건복지부의 규정 때문에 장애 등록을 거부당하고 있다.
장애를 인정받지 못해 이른바 ‘꾀병 환자’ 취급을 받는 CRPS 환자들은 그 누구보다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받을 수 있는 의료비 지원, 교통수단 등의 혜택이 절실하다.
‘실화탐사대’에서는 통증 환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들여다보고 이들에게 누구보다도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서는 CRPS를 투병 중인 한 환자를 위한 인기 아이돌 그룹 EXO의 멤버 백현의 깜짝 응원 메시지도 공개될 예정이다.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