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섣달의 절기는 피할 수 없는 것인지 공기는 얼음처럼 싸늘하고 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워지기 시작했다. 이런 날씨에 호기롭게 돌아다니다가는 컨디션만 나빠져 한 주를 망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휴일 내내 빈둥거리며 TV 리모컨만 만지작거릴 수는 없는 법이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쌀쌀한 겨울을 맞아 실내에서 볼거리를 즐기며 여행의 즐거움을 충족할 수 있는 ‘이색 박물관’ 리스트를 선정해 공개했다.
서울 인사동에 있는 ‘뮤지엄김치간(間)’은 국내 최초의 김치 박물관이다. 밥상 위의 김치를 박물관에서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지난 1986년 ‘김치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이곳은 2015년 삼성동에서 인사동으로 자리를 옮겨 뮤지엄김치간으로 재개관했다. 박물관 관람은 김치의 발효처럼 조금은 느린 템포가 어울린다. 소규모지만 김치의 유래와 종류, 담그는 도구, 보관 공간 등을 관련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해 알차게 전시한다. 김치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박물관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2015년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경기도 이천시의 ‘쌀문화전시관’은 이천 쌀의 우수성과 세계 쌀 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자그마한 다랑논을 지나 솟을대문을 넘으면 널찍한 마당 한쪽에 장독대가 햇살에 반짝인다. 마당에는 연자방아 돌리는 황소와 우마차를 타고 피리 부는 소년의 실물 크기 조형물이 보인다. 전시실은 성종의 수라상 그림으로 시작한다. 그 옆에는 ‘산해진미로 가득한 수라상의 주인공은 쌀밥이었습니다’는 설명이 붙었다. 지하에는 벼 이야기와 논의 사계를 설명하는 코너가 있고 쟁기와 가래 등 옛날 농기구를 전시해놓았다.
막국수와 닭갈비로 유명한 강원도 춘천에는 ‘막국수 체험 박물관’이 있다. 이 박물관은 건물부터 막국수를 뽑는 국수틀과 가마솥을 본떠 지었다. 춘천 막국수의 유래와 메밀 재배법, 막국수 조리 과정 등을 보여주며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한다. 방문객이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틀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면을 뽑는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