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축, 소득 양극화 심화, 집값 급등, 실업난 등의 여파로 국민들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은 올해 3만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한국은행과 금융시장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2년 만에 3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이미 2만9,745달러로 3만달러 턱 밑까지 올라섰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따져보면 2만3,433달러로 추산된다. 이 기간 국민총소득에 평균 환율 1,090.88원과 통계청 집계 인구를 반영해 구한 값이다. 이런 속도라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243달러에 달하며 3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6년(2만795달러) 2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3만달러 돌파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1위다. 이 가운데 인구가 2,000만명이 넘는 국가만 따져보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에 이어 9위였다.
스페인은 3만달러를 넘었다가 재정위기를 겪으며 한국 다음 순위로 내려갔다. 한국 바로 위에 있는 이탈리아도 그 이후로 국민소득이 계속 하락세다. 1980년대만 해도 이탈리아, 스페인의 1인당 국민소득의 한국의 몇 배 수준이었다. 이탈리아는 2005년만 해도 한국의 2배에 달했다. 스페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1만달러가 높았다.
이처럼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경제 주체들이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체감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 전망에 따르면 올해 경제 성장률은 2.7%다.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더구나 갈수록 수출 의존도가 커지는 가운데 대다수 가계의 살림살이와 밀접한 내수 경기는 오히려 더 나빠지는 추세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전기 대비)는 3분기 -1.3%포인트로, 2011년 3분기(-2.7%포인트) 이후 가장 작았다. 내수의 빈자리는 수출이 메웠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7%포인트였다. 이런 흐름은 점점 심화했다. 내수 기여도는 1분기 1.2%포인트에서 2분기 -0.7%포인트가 됐고 3분기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급등으로 인한 젊은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경영난 등이 가세하면서 일부 세대와 계층이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는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간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도 3만 달러 시대를 실감할 수 없는 요인이다. 올해 2분기 대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7.8%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으나 중소기업은 7.3%로 0.1%포인트 하락했다.
가계소득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3분기 기준으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가구 소득은 1년 전보다 7.0% 감소했다. 1분위 가구 소득은 1분기 -8.0%, 2분기 -7.6%에 이어 올해 내내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차상위 계층인 2분위(하위 20∼40%) 소득도 올해 3분기 연속 줄었다.
반면 5분위(상위 20%) 소득은 3분기 8.8% 늘어나는 등 올해 내내 전체 가구 중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3분기 기준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52배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던 2007년(5.52)과 같았다. 5분위 배율은 상·하위 20% 가구 소득을 비교한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불평등도가 크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