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동성제약(002210)을 압수수색했다. 국내 제약사가 불법 리베이트로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안국약품 이후 1년여 만이다.
17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수사단은 서울 방학동 동성제약 본사에 수사관 20여명을 투입해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 1957년 설립된 동성제약은 복통약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유명한 중견 제약사다. 지난해 매출 824억원과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식약처는 감사원으로부터 동성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관련 내용을 받아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10월 5개 제약사가 모두 270억원대 규모로 불법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해 의사와 약사에게 지급했다며 서울지방국세청과 식약처에 통보한 바 있다. 이 중 위법사항이 비교적 명확한 동성제약을 상대로 먼저 압수수색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성제약은 최근 광역학 치료기술을 과대홍보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앞서 신약 개발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광역학 치료기술의 임상시험 논문이 해외 학술지에 등재됐다고 공시까지 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10월 드러나면서다. 광역학 치료는 빛을 활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소멸시키는 차세대 항암기술로 꼽힌다. 광역학 기술을 활용한 신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동성제약 주가는 연초 5,000원대에서 한때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업계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주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회계감리, 경남제약 상장폐지 심의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동성제약까지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잇따른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과 글로벌 시장 진출로 ‘K바이오’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또다시 국내 문제로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불법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규제를 마련한 만큼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면 동성제약의 처벌 수위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잘못을 저지른 기업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의 경영활동 전반이 위축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편 동성제약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보다 4% 하락한 1만9,200원에 장을 마쳤으나 이후 식약처의 압수수색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간외거래에서 하한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