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한민국은 매크로와 전쟁중] 조회수 10만 늘려주고 50만원..수강신청 선점해 강의 매매도

■ 어디에 악용하나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 내걸고

구독자 등 조작상품 버젓이 판매

증시서도 단주매매로 시세 조종

공공기관 설문에도 매크로 동원

사회 곳곳 파고들며 시장 교란

한 바이럴마케팅 업체의 온라인 판매 페이지 캡처. 원하는 좋아요 수와 조회 수 생성이 가능하다고 표시하고 있다. 지불가격도 회수에 따라 상이하다. ‘24시간 이내 작업완료’라는 표시를 보면 여러 개의 인터넷주소(IP)를 활용해 매크로를 돌려 좋아요 수와 조회수 생성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한 바이럴마케팅 업체의 온라인 판매 페이지 캡처. 원하는 좋아요 수와 조회 수 생성이 가능하다고 표시하고 있다. 지불가격도 회수에 따라 상이하다. ‘24시간 이내 작업완료’라는 표시를 보면 여러 개의 인터넷주소(IP)를 활용해 매크로를 돌려 좋아요 수와 조회수 생성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매크로 편법은 콘서트나 뮤지컬 등 인기 공연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돼왔다. 티켓 예매 오픈과 동시에 다수의 예매자가 몰려 빠른 시간 내에 한정된 좌석을 선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미리 입력한 매크로를 돌리면 로그인 시간이 대폭 단축돼 예매 순번에서 앞서게 된다. 이 같은 장점은 개인적인 편의에 사용되는 것을 넘어 부당 이익을 편취하는 데 쓰이기 시작했다. 암표상들이 대량으로 표를 구매하고 일부 이용자가 웃돈을 붙여 파는 플미티켓(프리미엄티켓)에 이 편법이 주로 이용됐다. 이로 인해 일반 이용자들이 표를 얻을 확률은 낮아지고 암표나 플미티켓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계속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회수·‘좋아요’ 수 조작, 주가조작, 설문평가 등에 활용=국내외 포털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도 매크로 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클릭 수와 공감 수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매크로가 조회 수를 조작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여러 업체가 온라인상에서 버젓이 ‘온라인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인위적인 ‘조회 수 늘리기’ 상품을 판매한다. 소정의 비용으로 포털사이트의 연관검색어나 블로그 검색 상위 노출, 유튜브의 조회 수와 구독자 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좋아요’ 수를 늘려준다는 것이다. 이들 업체가 사용하는 수법은 여러 개의 IP를 생성한 후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순위와 증가량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식이다. 실제 기자가 한 업체에 인위적인 유튜브 조회 수 늘리기 여부를 문의한 결과 조회 수 10만회에 50만원, 구독자 수 1만명에 120만원을 요구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주가를 조작하는 데도 악용되고 있다. 지난 11월 심모씨를 비롯한 4명은 자체 개발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5년 동안 3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이들은 책임자의 시작 신호에 맞춰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매도·매수 주문 단축키에 연결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렸다. 초당 1~10주 매매를 반복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수법으로 76개 종목에 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차명계좌 81개와 아르바이트생 18명이 동원됐다.


매크로 편법은 정직하게 이뤄져야 할 평가 조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앙대는 영국의 대학평가 기관인 QS의 평가항목 중 기업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졸업생 평판 부분을 중앙대 교직원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조작한 것이 발각되며 순위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국립암센터 역시 보건복지부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3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점검 온라인 실태조사에서 한 직원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응답 대상자 2,105명 중 2,104명의 답변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불거졌다. 국감에서 국립암센터의 설문조사 조작 사실을 공개한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측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서까지 불법 프로그램인 매크로를 사용해 정확한 평가가 불가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당 사태에 심각성을 느끼고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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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신청, 매크로 이용에 대학들 골머리
=대학들도 매크로 조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학생들이 매크로 편법으로 수강신청뿐만 아니라 인기강의를 웃돈을 붙여 되파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어서다. 9월 경기도에 위치한 A대학교 교무처는 2학기 수강신청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학생의 수강신청을 일괄취소하는 징계 조치를 취했다. 서울에 위치한 B대학교의 경우 2016년 수강신청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수강신청을 조작한 로스쿨 2학년생에 정학 1년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광클 전쟁(미친 듯이 클릭)’이라고 불리는 수강신청 기간에는 대량의 트래픽이 몰려 일반학생과 매크로 학생을 구분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대학에서는 매크로 자체 기준을 세우고 매크로 근절에 칼을 빼 들었다. 경북에 위치한 C대학은 8월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동일한 IP 또는 학번으로 1초에 5회 이상이나 20초에 36회 이상의 접근을 한 경우 매크로를 이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별도의 공지 없이 접속을 차단하겠다고 공지했다. 강원도에 위치한 D대학 역시 학생들이 수강신청 시 보안문자를 입력하게 하고 1일 로그인 시도 횟수를 100회로 제한하는 등 매크로 접속을 예방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C대학 측은 “매크로라는 부정한 방법을 통한 수강신청은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의 수업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매크로 이용 학생들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불법임을 인지해야 하고 재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징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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