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국 경제가 ‘L자형’ 경기둔화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 경제통계 발표에 제동을 건 사실이 드러났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직격타를 입게 된 지방경제의 실상을 숨기고 중앙에서 통계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자화자찬성 발표를 이어갔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중국사회과학원 거시경제연구원인 탕둬둬 부주임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통상협력 비즈니스 포럼’에서 ‘2019년 중국 경제 및 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제는 심각한 하강압력에 직면했으며 금융시장은 아주 암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19년 중국 경제는 계속 L자형 성장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 이후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한 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의 저명한 경제석학인 런쩌핑 헝다그룹 경제연구원장도 한 콘퍼런스에서 “중국 경제가 2018년 하반기에 이어 2019년에 두 번째 바닥에 도달할 것”이라며 중국 경제가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L자형’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중국 경제가 받고 있는 경기하강 압력을 인정하면서도 경기가 ‘U자형’이나 ‘V자형’으로 회복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광둥성 당국이 지금까지 매달 공표해온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국가통계국의 지시로 지난달부터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해 중국 당국 역시 경기악화 가능성을 적잖이 의식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광둥성의 한 당국자는 “10월 말 국가통계국으로부터 모든 PMI는 국가통계국이 산출한다는 지시를 받아 11월부터 지역 PMI 발표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광둥성은 미 제조업 중심지인 시카고의 PMI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는 점을 들며 2011년부터 PMI를 발표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처럼 중요한 경제지표가 통제되는 것은 그만큼 광둥성의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는 방증인 동시에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숨기려는 의도를 담은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공개된 광둥성 PMI는 올 8월에 49.3, 9월에는 50.2를 각각 기록했다. 지수가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이하면 경기후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