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포화된 시장서 고객 뺏기 경쟁 과열...손보사 작년 사업비 15조 '사상최대'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가 한몫

당국 경고에도 좀체 줄지않아




국내 보험시장 포화에 따른 고객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쓴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사업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보험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11개 손보사의 순사업비는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11조원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연말 누적 사업비는 전년 한 해 사업비(13조7,818억원)를 훌쩍 뛰어넘는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비다.


사업비 지출이 해마다 급증하는 것은 장기보험 등 독립법인대리점(GA)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설계사 현금수당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의 70~80%를 차지하는 직접발생판매비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3·4분기까지 설계사 수수료 등에 쓰인 직접발생판매비의 경우 일부 손보사의 경우 전년 대비 1,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문제는 이 같은 사업비 투입 경쟁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국내 보험시장 포화로 고객유치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금감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책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험료 대비 200%를 넘기지 말라는 금감원의 시책지급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GA에 시책 300%를 제시하며 공공연하게 영업에 나서는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과도한 시책비 경쟁을 주도한 3개 손보사에 대해 경영개선계획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고 실효성도 떨어져 시책 경쟁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과도한 사업비 비중을 줄이기 위해 판매 수수료 개편과 일부 장기보험 상품에 사업비를 떼가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의 손보사들은 외형 확대 등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도 사업비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사업비 경쟁을 자제할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 보니 금감원의 정기적인 감사에도 불구하고 이에 개의치 않고 과열경쟁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일부 손보사는 내부적으로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적을 내야 한다는 유인이 강해 올 한 해는 지난해보다 시책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서로 경쟁사들이 먼저 시책 경쟁을 촉발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결국 보험 소비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전가되고 불완전 판매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용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